빠르게 불어나는 국민연금 기금…시장교란·투자손실 우려

입력 2015-12-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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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점유율 갈수록 커져… 日GPIF사례 등 투자손실 우려도

국민연금의 몸집이 불어나 500조원을 넘어섰다. 기금 규모가 커져 국민경제와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 고갈과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아 운영시스템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4일 글로벌 컨설팅기업 타워스 왓슨(Towers Watson)과 미국 투자 전문지 ‘P&I’의 전 세계 300개 연기금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총자산은 2014년 기준 4297억달러로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로 총자산이 1조1438억달러이고, 노르웨이 국부펀드(8840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 규모는 올해 9월 기준 500조200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높은 국내 금융시장 점유율로 국민연금 운용이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가령 거래증권사 선정시 높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가산점을 부여하면서 증권사들이 NCR를 불필요하게 높게 유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수많은 대기업의 주인으로 국민연금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의결권 행사의 집중 문제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향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를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일반기업 주식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경우 해당기업의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경우 자국기업에 대한 주식투자 비중은 자국의 주식 시가총액의 2%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기금 규모가 불어나면서 해외로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자산군별 운용 현황을 보면 국내 채권 비중이 55.5%(260.5조원)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주식(17.9%, 83.9조원), 해외주식(12.0%, 56.6조원), 해외대체투자(5.2%, 24.5조원), 국내대체투자(4.7%, 22.2조원), 해외채권(4.6%, 21.5조원) 순이다.

지난해 전체 금융자산 운용수익률은 5.26%이며,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은 5.65%로 기금 설립 이후 누적수익률(6.07%)보다 낮은 수준이다.

자산군별로 보면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이 2014년 -5.50%, 최근 5년간 2.45%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국내 채권투자도 최근 5년간 운용수익률(5.58%)이 국내채권 누적수익률(5.81%)보다 낮다.

이에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비중을 2014년 20%에서 2019년 25%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단순한 여유자금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 국민이 노후생활을 지켜줄 연금 수급을 위해 어렵사리 모아오고 있는 책임준비금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3년 2600조원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께 모두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고령화로 연금 지급이 급증해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적립 기금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 부채도 늘어나는 구조여서 국민연금의 지배력이 커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금 적립금의 자산 유동화 수요가 큰 시기에 국내시장 충격을 줄여주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 손실도 걱정이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공적연금(GPIF)은 주식 비중을 늘린 결과 약 74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기금의 장기 고갈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이면 재정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으나,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운용 과정에서 높은 위험부담을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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