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대응 위해 위안화 약세 유지 VS. ‘위안화 국제화’ 달성 위해 위안화 절상 추진
중국 위안화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로 편입되면서 달러·위안 환율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위안화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경제성장 둔화 등에 대응하고자 지속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SDR 구성 통화 편입 시점인 2016년 10월 1일 이후인 내년 말쯤에는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이 넘는 ‘위안화 포치(破七)’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업계에선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통화정책 실효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위안화 약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들은 위안화 가치가 내년 말까지 달러당 6.9위안에 달하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최근 둔화세를 보이는 경제 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가 기축통화라는 안전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간 중국은 외국인자금 이탈 등을 우려해 금리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위안화 SDR 편입으로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금리인하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간 총 6차례의 금리인하를 시행해 기준금리를 6.00%에서 4.35%로 무려 1.65%포인트나 인하했다.
일각에선 위안화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IMF의 이번 결정으로 위안화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최종 목표로 두고 있어 향후 ‘강한 위안화’를 포기하지 않아 위안화 환율을 지속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30일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지난 8월 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6.396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 SDR 편입을 앞두고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종전의 예측과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달러·위안 환율이 상승하면 위안화 가치는 떨어진다.
여기에 과도한 위안화 절하는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중국이 무리한 위안화 약세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위안화 SDR 편입과 함께 위안화 절하까지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신창차이(뉴노멀) 정책을 앞세워 수출에서 소비, 서비스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조정하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은 내수소비를 확대시킬 수 있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트래튼스트리트캐피털의 앤디 시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위안화의 장기적 절상 추세는 변화하지 않았다”며 “위안화 SDR 편입은 위안화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시장 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환율의 지속적인 안정기조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부행장 겸 국가외환관리국장은 최근 한 학술세미나에서 “위안화 환율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균형 구간에서 큰 틀의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DR 편입이 위안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셰야쉬안 차오상증권 연구원은 “SDR 편입은 고시환율 결정의 시장화만 요구할 뿐 환율 변동폭이 커야 하거나 위안화 가치 절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위안화를 비축통화로 확보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절하를 방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