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방송까지 동원한 무자본 M&A…투자자 ‘속수무책’

입력 2015-12-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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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김모씨는 올해 7월 증권방송을 시청하던 중 평소 신뢰하던 진행자 A씨가 추천한 현대페인트를 매수했다. A씨가 방송에서는 물론 자신의 오프라인 강연회에서도 현대페인트 주식을 140만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중순 3215원 고점을 찍은 주가는 전일 종가 1665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현대페인트의 시세를 조종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이 회사 전 대표와 증권사 관계자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이른바 ‘무자본 M&A’로 취득한 주식을 고가에 팔려고 증권사 지점 직원과 현직 증권방송인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자본 M&A는 자금력이 부족한 인수자가 인수 주식을 담보로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을 인수한 후 회사 공금을 유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수자금을 상환하는 범죄다. 저가에 양도받은 주식으로 시세차익을 얻고자 증권사 직원과 증권방송 등을 이용해 주가를 띄우는 방법도 구사한다.

최근 이 같은 무자본 M&A 기업사냥꾼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사채업자들과 공모해 코스닥 상장사 W사의 M&A를 진행하고 주가를 조작한 일당을 구속기소했다. 같은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P사의 주가조작 일당도 구속기소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최근 3년간 무자본 M&A 과정에서 일어난 불공정 사례는 15건이다. 올해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이 조치 중인 불공정 사례를 포함하면 20건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중 절반 이상 기업이 상장 폐지됐거나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관련 혐의자로는 개인이 가장 많았고 사채업자와 일반법인, 증권방송 진행자, 회계사 등도 가담하면서 범죄 양태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가조작 세력들은 허위사실을 공시하거나 공시 자체를 하지 않는 일이 많아 개인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M&A 공시에 변동이 많거나 신규사업 등 호재 공시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 특히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단기간 주식거래를 정지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주식양수도 거래로 취득한 최대주주 주식을 무조건 보호예수 하도록 하는 조치도 한 방법이다.

이 관계자는 “축구나 농구에서는 선수에게 출장 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증권업계에는 중지명령이나 정보 접근 차단 등 범죄진행을 중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사전에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차단조치나 검찰의 빠른 압수수색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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