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주)두산의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됐다. 그룹 경영과 다소 선을 그으며 광고인으로서 입지를 다진 박 부사장이 그동안 선보인 창의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두산의 유통사업 재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23일 박 부사장을 사업부문의 유통전략담당(CSO) 전무로 임명했다. 박 부사장은 오리콤 부사장직을 겸직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면세점과 두산타워 전략을 담당하며 두산의 면세점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동현수 사장을 서포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두산은 2016년 4월 개장을 목표로 두산타워의 34개 층 가운데 9개 층을 활용해 연면적 1만7000㎡ 규모의 면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한 ‘K-스타일(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지역 내 역사 및 먹을거리 탐방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역 상권과의 상생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박 부사장은 여느 재계 후계자와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아버지 박 회장은 물론 박정원(두산 회장), 박지원(두산중공업 부회장) 등 사촌들이 미국 주요 대학교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쳐 정통 경영코스를 밟은 것과 달리, 박 부사장은 단국대를 중퇴한 뒤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후 ‘빅앤트’를 설립했다.
그가 27살의 늦은 나이에 미술공부를 시작해 스케치북 50권을 다 쓰고 하루 2시간 쪽잠을 자면서 뒤처진 공부를 따라갔고, 결국 최우수 학생이 된 일화는 유명하다.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광고인으로 활동해온 박 부사장이 광고로서 선보인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기획력이 두산이 제시할 구체적 면세점 구상에도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때 식품음료 등 유통부문을 축소하고 중공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던 두산은 최근 중공업의 부진 속에 면세점 전쟁에 뛰어들며 유통기업으로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두산이 면세점에서 첫해 매출 5000억원, 다음 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 10%를 가정했을 때 면세점가치를 2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