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한때 강자로 군림했던 보험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에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3조원으로 전체 49.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생명보험사가 28조원(25.9%), 증권 18조3000억원(17.1%), 손해보험 7조4520억원(7.0%), 근로복지공단이 6000억원(0.5%)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은 2008년 47.8%에서 지난해에는 49.5%로 절반 가까이 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증권사 역시 2008년 11.8%에서 지난해 17.1%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험권은 은행과 증권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적립금 비중은 지난 2008년 33.9%에서 지난해 25.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손해보험사는 지난 2008년 6.4%이던 적립비중은 최근까지도 7%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도 저조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원리금보장 확정급여형(DB) 생보사 12개, 손보사 6개 회사의 수익률 평균은 0.71%로 나타났다.
IBK연금보험이 0.83%로 가장 높았고 KDB생명 0.77%, 동부생명 0.75%, 흥국생명 0.74%, 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이 각각 0.7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 중에서는 동부화재가 0.77%로 가장 높았고 현대해상 0.76%, 롯데손보 0.73%, KB손보 0.72%, 한화손보 0.70%로 뒤를 이었다.
지난 2분기 생보사와 손보사의 원리금보장 DB형 상품 수익률 평균은 각각 0.78%와 0.72%로, 생보사의 경우 0.07%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지난 2분기보다 3분기 들어 양 업계 모두 수익률이 하락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인지도는 은행에, 수익률은 증권사에 밀리고 있다”며 “은행·증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장기자산운용 노하우를 살려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