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업 비리 아닌 개인 비리… 똑같은 범죄 반복 죄질 나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는 13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장 회장이 2004년 회사예금을 일가 친척들의 대출 담보로 사용하고 회삿돈으로 개인 채무를 갚은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고 회사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자신이 필요하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집행유예 기간에 또 파철 무자료 거래를 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 사건은 기업비리가 아닌 개인비리로 횡령 액수가 거액일 뿐만 아니라 기업사건과 질을 달리하기 때문에 회사 이익을 위해 한 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장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일부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경영과정에서 생긴 일로 개인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맞섰다. 이어 "물의를 일으킨 점 사죄하고 반성하며, 만회할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 동국제강 그룹 정도경영에 힘쓰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장 회장 측은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이 석방된 후 회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장 회장이 구속돼 있는 기간 동안 10년 넘게 공들인 브라질 제철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표류하는 점 등을 감안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장 회장의 원정도박 혐의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장 회장이 해외 카지노에 거액을 예치한 사실을 들고 나온 검찰은 "카지노에서 VVIP대우를 받은 장 회장이 무료서비스를 제공받았는데, 이런 서비스는 상당한 이용시간이 누적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장 회장의 상습 도박 정황을 강조했다.
하지만 장 회장 측은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됐던 과거에는 오락 목적으로 카지노에 갔을지 몰라도, 2010년부터는 가더라도 접대 목적으로 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집행유예 기간에도 바카라를 끊지 못했다는 검찰의 지적에 "기억이 없다, 상습 도박꾼이 아니니 앞으로는 도박을 아예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변론 기회를 얻은 장 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제가 책임을 져야 하고 지고 싶다"면서도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이유와 과정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검찰과 언론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모든 사건에 대해 유무죄를 따지기도 전에 언론에 많이 노출돼 나쁜 사람으로 표현이 됐고, 저를 아는 지인들이 마음을 많이 다친 것 같다. 동국제강 임직원에게도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선고할 예정이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 해외 법인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 208억원 중 일부를 빼돌려 해외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장 회장의 범죄 규모를 △횡령 209억원 △배임 97억원 △국외도피 50억원 △범죄수익 은닉 100억원 △상습도박 80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