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우유 어쩌나…제도 탓에 가격도 못내려

입력 2015-11-1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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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생산과 소비 부진으로 우유가 남아돌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적극적으로 우유 생산 감축에 나서면서 최근 들어 생산량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우유 재고는 가득 쌓여 있다.

그럼에도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공식에 따라 원유(原乳)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우유가 남아돌아도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실정이다.

◇ 생산 증가하는데 소비 부진…우유 재고 '눈덩이'

낙농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를 원유로 환산한 양은 올해 9월 기준 26만2659t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18만7664t)보다 40% 많은 양이다. 분유 재고량은 작년 11월에 2003년 이후 11년 만에 20만t을 넘고 나서 1년 가까이 매달 20만t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우유 재고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겨울부터다.

2010∼2011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전국에 있는 젖소가 10%가량 도축돼 우유가 모자라는 상황이 됐다.

이후 정부는 원유 생산량 증대 정책을 펼쳤고 유업계는 생산 농가에 증량 요청을 했는데 결국 2년 후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다.

또 통상 겨울 날씨가 따뜻하면 젖소가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데 2013년과 2014년 겨울이 비교적 따뜻해 집유량이 대폭 늘었다. 여기에 사료 값도 내려 원유 생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작년 원유 생산량은 221만4천t으로 2013년(209만3천t)보다 5.8% 증가했다. 안정적인 국내 원유 생산량은 210만t 안팎이다.

생산량이 늘었지만 불황 등으로 소비가 부진해 우유 재고는 눈덩이처럼 쌓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구당 우유 월평균 구매액은 2012년 2분기 1만4447원에서 올해 2분기 1만2088원으로 16.3% 줄었고, 같은 기간 월평균 구매량은 5.79㎏에서 4.92㎏로 15% 감소했다.

◇ 젖소 도축까지…원유 생산 줄이려 안간힘

우유 과잉이 심각해지자 낙농가와 유업체는 원유 생산 감축에 들어갔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젖소 도태 사업을 추진했다.

국내 원유 생산량의 35%를 생산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1월부터 젖소 5400여마리에 대한 도축작업을 했다. 이어 원유 생산량의 23%를 차지하는 낙농진흥회도 지난 3월 젖소 3633마리를 도축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전국 16개 낙농 조합도 국내에서 착유 중인 젖소 총 20만8천두의 1.8%인 3800두를 자율적으로 도축하기로 결의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9월까지 젖소 도축 두수는 5만1천315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027두) 보다 38.6% 늘었다.

이 기간 원유 생산량은 166만3079t에서 164만6475t으로 1%(1만6604t) 줄었다. 우유 생산량을 줄이는 작업이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또 낙농진흥회는 원유 부족 시기에 농가의 원유 생산 확대를 독려하려 도입한 수입 보장 정책인 '연간총량제'를 이달 1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농가별 우유 생산 할당량(쿼터)이 있어 이 쿼터를 초과해 생산하면 제값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젖소는 계절에 따라 생산하는 우유량이 들쭉날쭉한 점을 고려해 농가에 초과 생산분에 대한 차액을 보상해 주는 제도가 연간총량제다.

한편 유업체는 발효유·가공유 등 신제품 출시, 제품 할인 등 판촉활동 강화, 커피전문점·제과업체 등으로의 납품량 늘리기 등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 수요·공급 무시한 원유 가격 산정 방식

우유가 남아돌아도 우유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것은 매년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원유 기본 가격이 정해져서다.

즉 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업체가 마음대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예전에는 2∼3년에 한 번씩 낙농가와 유가공업계가 원유가격 협상을 할 때마다 서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극단적인 대립을 벌였다.

우유생산비를 낙농가는 최대한 높게, 업계는 최대한 낮게 산출하다 보니 협상은 항상 파국이었다.

이러한 폐단을 막고자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공식에 따라 원유 가격을 결정토록 한 제도가 원유가격연동제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3년에는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약 13% 올랐다. 지난해는 ℓ당 인상요인 25원이 발생했으나 가격을 동결했다.

올해도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ℓ당 15원의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어려운 수급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지난 6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이같이 결정해 올해 8월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원유 기본가격은 전년과 같은 ℓ당 940원이다.

하지만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하고 공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원유가격을 도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무조건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구조를 일부 개선해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뿐 아니라 생산도 효율적으로 조정할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들었다"고 "외국 사례 등을 벤치마킹해 원유가격연동제에 개선할 사항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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