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대전 D-1…선정 시나리오와 파급효과

입력 2015-11-1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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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 면세점 4곳의 주인이 14일 가려질 예정인 가운데 출사표를 낸 롯데·SK·신세계·두산 등은 '운명의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당일 각 사 최고경영자(CEO)의 프레젠테이션(PT)이라는 최종 관문을 지나면 면세점 성패가 가려진다.

업계에선 ▲ 워커힐(SK네트웍스) 면세점(11월 16일) ▲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 22일) ▲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12월 31일) ▲ 신세계 부산 면세점(12월 15일) 가운데 롯데 월드타워점과 워커힐 면세점의 교체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SK 워커힐점은 저조한 매출 실적, 롯데 월드타워점은 독과점 논란과 롯데 경영권 분쟁이 교체 거론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롯데는 소공점·월드타워점 모두 수성(守城)하려는 입장이고, 신세계는 부산점 수성과 서울 3곳에 모두 출사표를 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두산은 유통업 경험은 전무하지만 서울 3곳에 도전장을 제출했으며, SK는 워커힐 수성과 더불어 롯데의 월드타워점 공성을 선언했다. 현재로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이다.

시나리오를 짠다면 크게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SK가 모두 수성에 성공하는 경우, 롯데가 한 곳을 잃거나, SK가 빼앗기는 경우, 둘 다 상실하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 경우의 수 ①SK 워커힐점 수성 실패

워커힐면세점은 23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면세점 매장을 가보면 썰렁할 때가 많다. 애초 외국인 카지노 고객을 노린 워커힐 면세점은 인천공항과 서울의 대형 면세점들에 밀려 매출이 썩 좋지 않다. 서울 6곳 가운데 꼴찌다.

이 점이 바로 워커힐 면세점의 주인 교체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워커힐 면세점 재입찰에서 두산 또는 신세계를 새 사업자로 지목한다면, SK는 면세점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다.

시장점유율로 볼 때 워커힐 면세점의 '부재(不在)'가 국내 면세점 업계에 끼칠 판도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신세계 또는 두산이 SK를 희생양 삼아 서울 면세점에 진출하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이 승자가 된다면 서울지역에선 동대문 면세점 시대가 처음 열리게 된다. 현재 면세점 서울 소재지를 보면, 명동(롯데 소공점)·잠실(롯데 월드타워점)·삼성동(롯데 코엑스점)·장충동(신라면세점)·종로(동화면세점), 용산(신규 HDC신라면세점)·여의도(한화갤러리아면세점)로 동대문은 없다. 두산은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내 '동대문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신세계가 승자가 된다면 변화의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30여년 '서울 면세점' 입성을 꿈꿔 왔다.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 유통업을 수직계열화한 신세계는 본점 신관에 면세점을 낼 예정이며 이를 통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함께 명동을 '면세점 특화지역'으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롯데와 함께 '유통 양강'인 신세계가 서울 면세점에 진출할 경우 롯데-신라가 독과점해온 국내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롯데는 면세점 두곳을 지켜내면서 국내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현재 3위인 세계 순위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롯데는 소공점을 축으로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아왔으나, 제2 롯데월드 완공을 계기로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는 월드타워점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서는 '한일 원톱'으로서 경영능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룹의 개혁작업도 더욱 힘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의 수 ②롯데 월드타워점 상실

롯데는 면세점 운영 능력이나 규모로 볼 때 '세계 일류' 수준이다. 월드타워점 역시 매출규모가 국내 단일 면세점 가운데 3번째로 크다. 제2롯데의 월드타워가 내년 말 완공되면 관광 인프라까지 갖춰 잠재력도 충분하다. 경쟁력 측면에서만 보면 수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7월 말부터 불거진 총수 형제간 경영권 분쟁, 그리고 롯데면세점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독과점 문제가 월드타워점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사재를 잇따라 출연하고 롯데그룹이 각종 상생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불안감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으로선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는 단순히 매장 한곳을 잃는 것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과도 이어질 수 있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우선, 면세점이 주력사업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물론,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골자로 한 그룹 개혁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되기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 지연은 개혁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공세 강화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롯데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신 전 부회장이 면세점 발표 이틀 전에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 분쟁 관련 추가 소송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롯데는 '면세점 재 뿌리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월드타워점을 잃게 된다면 롯데는 코엑스 면세점을 이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제 2롯데월드 살리기' 비상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알토란' 같은 서울 시내 면세점 3곳 가운데 한곳을 잃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만큼 상당한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고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두산이나 신세계가 아니라, SK가 가져간다면 SK는 롯데와 신라, 양강 체제에 견줄 만한 면세점 업계의 강자로 올라설 것이란 분석이다.

SK는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East Seoul·East Korea)' 비전을 품고 있다. 워커힐과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축으로 한 '쌍끌이' 면세점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경우의 수 ③워커힐점·월드타워점 모두 재승인 또는 상실

앞의 두 경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케이스다.

정부가 단순한 재승인이 아니라 새로운 입찰 심사를 하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롯데와 SK 둘 다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통 업종 가운데 면세점만 '잘 나가는' 상황에서 특허권 자체가 '특혜'로 비춰질 수 있기때문에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새로운 사업자에게 한 곳 정도는 넘길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 롯데와 SK 모두 수성에 실패하는 경우는 면세점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확률이 낮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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