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의 뉴노멀, 1980~1990년대 복고는 2015년 대세?[배국남의 눈]

입력 2015-11-12 08:04수정 2015-11-1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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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복고를 고조시키고 있는 '응답하라 1988'.(사진=tvN)

“2015년 인기를 끌고 유행이 될 콘텐츠는 복고다!”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5년을 전망하다’에서 2015년 유행할 5대 콘텐츠를 꼽았다. 그중의 하나가 복고다. 저성장, 저소득, 저수익률로 특징 지워지는 요즘 새로운 기준(New Normal)은 복고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적중했다. 올 한해 대중문화 전반을 강타한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가 복고였다. 물론 유행한 복고의 코드와 문양은 차이가 있다.

상반기는 1990년대 복고가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응답하라 1997,1994’등으로 2~3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1990년대 복고 열기는 지난 1월 3일 이정현, 김건모, 터보, S.E.S, 이본 등 1990년대 스타들이 출연한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방송되면서 최고조가 됐다. 김현정, 철이와 미애, 쿨, 룰라, 지누션, 양파 등 근래 들어 활동 하지 않던 1990년대 가수들이 ‘백투더 나인티스 빅쇼(BACK TO THE 90’s BIG SHOW)’‘슈퍼콘서트-토요일을 즐겨라’등 각종 무대에 서는 등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고 소찬휘 등 1990년대 가수들이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며 1990년대 복고 신드롬을 뜨겁게 달궜다.

또한, 빅스는 1990년대 인기 그룹 Ref의 ‘이별공식’을 리메이크했고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등을 리메이크한 음반을 발매했다. 1999년 결성돼 활동하다 해체된 클릭비가 13년 만에 완전체로 재결합해 활동에 돌입했고 1990년대 인기를 얻었던 이본 등 연예인들이 복귀했다. 10월부터 방송되는 유재석 유희열이 진행하는 JTBC‘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역시 1990년대 잘 나가다 사라진 가수들의 노래와 가수를 소환해 다시 들려주는 복고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영화계에서도 1990년대 복고 바람이 불었다. 한석규·전도연 주연의 ‘접속’(1997년 개봉) 등 1990년대 영화들이 속속 재상영 됐다.

상반기에는 이처럼 1990년대 가수, 음악 등이 다시 부상하고 1990년대를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등 1990년대 복고 신드롬이 대중문화를 강타했다.

하반기에는 1980년대 복고 트렌드가 다양한 대중문화 분야에 속속 소환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방송되는 ‘응답하라 1988’로 인해 1980년대 복고 코드가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광주민중항쟁, 6.10항쟁, 서울올림픽을 비롯한 1980년대 사건‧사고에 대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상은의 ‘담다디’, 김창완의 ‘청춘’,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이선희의 ‘J에게’,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등 1980년대 히트곡들이 대중의 귀를 다시 붙잡고 있다. 또한, 1980년대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유행하는가 하면 곤로, 워크맨, 전화번호부 등 1980년대 사용했던 제품들을 전시하는 이벤트까지 펼쳐지고 있다.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1990년대 복고 열기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사진=MBC)

왜 1980~90년대 복고 신드롬일까. 무엇이 올해 드라마, 영화, 음악, 예능, 공연 등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1980~90년대 복고를 소환시켰을까. 장기침체, 고용 없는 성장과 취업난, 심화하는 양극화, 실업자 급증 등으로 상징되는 현실의 고달픈 삶이 1980~90년대를 복고라는 형식으로 소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사람들은 현재가 어려울수록, 그리고 미래가 막막할 때 과거의 추억과 향수에서 위안을 찾으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요즘 대중문화에 거세게 일고 있는 1990년대 복고 열기는 경기 침체로 인한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 과거 특히 고도성장과 역동적인 변화, 대중문화 폭발기였던 1980~1990년대를 떠올리며 위안을 받고자 하는 욕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진화하는 테크놀러지와 디지털 문화에 대한 반작용이 1980~90년대 복고를 대중문화의 주요한 트렌드와 키워드로 부상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아날로그적 특성을 드러내는 1980~90년대 복고가 인간 본연의 날것, 그리고 사람의 정 등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해 인기가 높다는 지적이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우리 골목, 우리 이웃을 담아내며, 아날로그식 사랑과 우정, 평범한 소시민들의 가족 이야기로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1980~90년대 복고 열기의 원인을 대중문화 제작과 소비의 주체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1980~1990년대 10~20대를 보낸 사람들이 콘텐츠 제작의 중심에 선 것과 1980~90년대 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보내며 대중문화를 본격적으로 소비한 세대들이 중장년층에 편입되면서도 문화상품 소비를 왕성하게 이어나가는 것도 1980~90년대 복고 열기를 고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80~90년대 대중문화의 특성과 문양도 1980~90년대 복고 바람을 일으킨 하나의 이유다. 1980~90년대는 대중문화가 질적,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던 시기다.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의 등장, 기획 영화의 부상, 개그맨과 개그 프로그램의 탄생, 연예기획사가 육성한 아이돌 그룹의 대중음악 주류화, 인디음악의 발흥 등 1980~90년대는 대중문화 발전기이자 폭발기였고 대중문화 상품 역시 독창성과 완성도가 높아 요즘에도 여전히 형식과 내용 면에서 소비의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1980~90년대 복고 바람을 더욱 거세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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