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드라마의 주인공은 ‘재벌 남성’이 독식했다. 그들을 향한 일편단심 순애보는 바로 여주인공의 몫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주인공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안방극장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물론, 개성 강하고 다채로운 캐릭터로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SBS ‘육룡이 나르샤’의 신세경,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문근영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의 변신은 가히 놀랍다. 주근깨투성이 민낯에 폭탄머리까지 볼품없는 외모의 김혜진으로 변신한 황정음은 현실감 넘치는 열연으로 시청자의 공감대를 확실히 잡아냈다. 그녀는 코믹한 모습부터 박서준과의 로맨스까지 소화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그녀는 예뻤다’는 18.0%(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육룡이 나르샤’ 신세경은 김명민, 유아인, 변요한 등 존재감 강한 배우들 사이에서 홍일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극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분이 역을 맡았다. 분이는 절망을 희망으로 만드는 당찬 캐릭터이자 정도전(김명민 분)이 가장 먼저 인정한 인물이다. 시청자들은 역사에 없는 인물이지만 현실감 넘치는 분이 캐릭터에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제작진은 “신세경이 연기한 분이는 의존적이지 않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 명분을 만든다. 이 점이 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돌아온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연기력도 눈길을 끈다. 문근영은 최근 유약한 이미지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변신을 감행했다. 그동안 문근영이 연기한 한소윤은 백골 시신과 주변의 공포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극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살인 사건에 대한 감정을 숨기는 마을 사람들을 향한 분노로 감정을 폭발시켰다. 문근영은 이 과정에서 드라마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스릴러 장르를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그녀는 “시청자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장르물을 좋아한다”며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연기를 해서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떤 장르이든 똑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