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이 찔렀다" vs "리가 거짓말" 8시간 공방

입력 2015-11-0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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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36)가 진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6)의 재판에 출석해 누가 범인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패터슨의 첫 공판에서 리는 "패터슨이 찌르는 것을 봤다"며 검찰이 자신을 살해 공범으로 기소한 사실에 불만을 드러냈다.

패터슨은 "리가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만 골라 증언하고 있다"며 자신은 리의 범행을 목격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리는 이날 오후 2시 증인으로 나와 식사도 거른 채 8시간30분 동안 자신의 결백과 패터슨의 범행을 주장했다.

리는 "사건 당시 나는 그저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갔다"며 "화장실 거울을 통해 패터슨이 대변기 칸을 살펴보고는 갑자기 피해자를 찌르기 시작하는 것을 봤다. 피해자가 목을 붙잡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화장실을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주장처럼 패터슨에게 '사람을 찔러보라'라고 하는 등 범행을 부추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패터슨이 22㎝ 칼을 꺼내 햄버거를 자르기에 칼에 손만 한번 대봤다고 했다.

리는 자신이 범행과 연관됐음을 시사하는 자신의 과거 진술 대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변호인에게 그런 조언을 받고 온 것이냐"고 물었지만 리는 오히려 "과거 경찰 수사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패터슨 측은 리가 한 증언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패터슨의 변호인은 화장실 구조상 리의 말처럼 거울을 통해 사건을 볼 수 없으며 리가 실제로 손을 씻었다면 세면대 위 혈흔이 물에 씻겨나갔을 거라 지적했다.

패터슨도 "대부분 기억이 안 난다는 리가 '패터슨과 피해자가 눈을 마주쳤다'든지, '패터슨이 칼로 햄버거를 반으로 잘랐다'는 건 어떻게 기억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리가 기억을 취사선택하라고 조언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리를 향해 "햄버거집에 앉아 있던 상황을 잘 기억 안 난다고 하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하기도 했다. 리도 패터슨을 보며 "진실대로 말하라"고 하는 등 긴장감이 팽팽해지자 재판장이 둘 간의 직접 대화를 막았다.

당시 17세였던 패터슨과 리는 피해자 조중필(22)씨가 살해된 1997년 4월3일 오후 9시50분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

리와 패터슨은 상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살인범으로 단독 기소됐던 리는 1998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이날 18년 만에 다시 패터슨과 법정에서 재회했다.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오전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자 "앉아서 서로 미루고 안 죽였다고 하는 걸 듣다 보니 18년 전 재판과 똑같다"며 "양심이 있다면 '내가 죽였다'하고 사죄를 해야지 쟤들은 인간의 탈만 쓴 사람들"이라고 한탄했다.

재판부는 이달 11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 혈흔형태 분석 전문가를 불러 사건 현장의 핏자국 분석 결과를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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