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기승] 금융감독 정책·집행 한국만 분리… 민사제소권 도입 필요

입력 2015-11-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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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주체·피해자 구제 등 연계처리 위해 일원화가 대세… 美, 사안따라 형사·민사 적절히 대응… 일본서도 전문가 중재 화해 이끌어

“한창 집중하던 사건에서 주도권을 뺏기는데 관련 업무 뒷받침은 계속 해야 하는 거죠. 감독당국은 사명감이 중요한데….”

지난 2013년 금융위원회에 자본시장조사단이 설립된 후 금융감독원 일부에서는 이 같은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독업무는 사실상 검·경만큼 사명감과 의식을 필요로 하는 데도 이전만큼 집행기구인 금감원에 사건의 주도권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빚어진 불협화음이다. 그러나 단순히 ‘공치사’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가볍지 않다.

주요국의 금융감독정책 수립기구를 살펴보면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이 분리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연방준비위원회와 통화감독청(OCC)에서 감독정책과 집행을 총괄하며, 영국은 금융감독청(FSA)에서 통합 관리한다.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일본 등도 정책과 집행기구가 통합돼 있다.

이같이 주요국이 금융감독의 정책ㆍ집행기구를 일원화하는 것은 기구의 통일성 문제에서부터 소송주체와 이에 따른 증권범죄 피해자들의 구제 정도 여부 등이 꼬리를 물고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앞서 증권감독기구를 마련한 해외 사례를 통해 한국 금융당국이 나아가야 할 지점을 살펴본다.

◇민사제소권 공백 제도 보완해야= 일원화되지 않은 금융당국 증권범죄 처리 시스템에 이어 조사당국에 아직 민사제소권이 없다는 점도 공백으로 지적된다. 형사소송으로 진행되면 소송의 주체는 증권범죄를 애초에 발견하고 조사한 금융당국이 아닌 이를 이어받은 검찰 등 수사당국이 되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제대로 소명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금감원 조사국 관계자는 “3년 전 처리하던 사건의 공판에 아직도 불려다니며 참고 진술을 하느라 다른 업무에 지장이 갈 때도 있다”며 “민사소송이었다면 진작에 중재를 거쳐 적당한 수준의 제재를 가하고 마무리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형사와 민사 중 적절한 제재방향을 고려해 사안마다 대응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면 대개 본안에 가기 전 화해과정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등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형사소송 때보다 간편하다.

일본의 금융 재판외 분쟁해결 제도(ADR)도 참고할 만하다. 금융ADR제도는 재판보다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도록 금융분야 전문가가 중립적인 화해안을 제시해 금융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변호사 등으로 이뤄진 분쟁해결위원회가 화해안을 작성하며 금융기관은 예외적인 사항을 제외하고는 합의에 도달하기 때문에 통상 분쟁 해결에 2~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SEC, 증권범죄에서 얻은 과징금 투자자에게 갚아줘= 분쟁조정 과정에서 얻은 과징금, 벌금 등을 처리하는 방식에서도 국내와 해외 증권감독기구의 차이가 크다.

국내의 경우 과징금은 엄연히 국가 예산으로 잡히는 세액으로 분류되는 것에 비해 앞서 민사소송을 통한 손배금액은 투자자를 위해 활용이 가능하다. 미국 SEC는 이러한 자금을 공정배분펀드(Fair펀드)와 투자자보호기금 등으로 조성해 증권범죄로 피해를 본 투자자 등에게 기여하고 있다.

영국의 소비자 피해 배상명령제도(CRS)는 금융회사의 법규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소비재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자 마련됐다.

이전에는 금융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법적 절차를 거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현재 증권집단소송제가 있지만 지난 10년간 7건의 소송이 제기되는 데 그치는 등 복잡한 요건과 시간 소요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CRS가 활용된 주요 사례로는 지난 2012년 투자자문사 등이 고위험 펀드인 CF(Capita Financial Managers Limited) 회사의 아치 크루(Arch cru) 펀드를 판매하면서 중·저 위험 상품인 것처럼 불완전 판매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당시 CRS가 발령되면서 아치 크루 펀드를 판매한 자문사들은 자사가 판매하거나 자문한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내 CRS 참여 의사를 조회했다. 이에 참여한 3405명의 투자자 중 85.4%에 달하는 2916건이 불완전판매로 드러나 약 3100만 파운드(약 560억원) 규모의 배상 결정이 내려지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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