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구한말 인천항 개항 이후 최대 개방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번 한·미 FTA가 국내 경제·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전히 사회적인 찬반 논쟁이 뜨겁고 국회 비준 등 향후 절차가 남아있지만, 돈이 오고가는 주식시장의 논리로만 따져본다면 단기적으로 중립적이나,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증시 재평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 영향 '미미'
전문가들은 한·미FTA 체결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FTA체결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경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업종별(대우유니버스 업종별 기준)로 미치는 영향을 긍정·중립·부정의 세 분류로 나누고, 이들 분류별로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전체 시가총액 비중의 68.4%를 차지하는 업종에서 중립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증시에서 가장 큰 시가총액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금융, 통신서비스 업종에서 중립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면 철강, 가전(디스플레이), 기계 업종 등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의 23.8%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 한·미 FTA가 뜨거운 사회적 이슈와는 달리 실제로 주식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만한 영향력 있는 변수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장기 재평가 기대
단기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과는 달리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증시에 긍정적 영향이 비교적 뚜렷할 것이라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우선 이번 FTA체결로 한·미 관계가 이전보다 안정되면서 국내증시의 저평가 요인인 지정학적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것이 대외신뢰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로인해 해외자금의 직접투자 유입이 증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수 연구원은 "한·미 FTA 체결을 발판으로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는 외국인 자본투자의 관심을 이끌어 낼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의 현재 외국인 자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작년말 기준으로 36억5000만달러로 중국의 5.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세중 한국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FTA 와 관련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대목은 상품교역이라기 보다는 투자의 활성화 가능성"이라며 "FTA가 아니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 매력은 뚜렷한데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있는 장벽을 허무는 FTA로 저평가 논리는 더욱 큰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특히 "이번 FTA가 북·미 관계 개선과 맞물릴 경우 그 파괴력은 배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자유경쟁과 대외교역 확대를 통한 한국경제의 재도약 기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특히 대외교역과 관련된 업종들은 최근 환율 진정과 맞물려 중기적으로 우호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FTA 체결로 미국경제와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중립적인 요인이다. 이는 외부변수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욱 커질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