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으로 실수요자 몰려 강남 재건축지역 최대 수혜…분양가 상승 기대속 시장 전망은 팽팽
집값 상승세가 2017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기적으로 추석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하기 때문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올 하반기가 적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랐다.
최근 이투데이가 학계를 비롯해 금융권 등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추석 이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50%에 달했다.
10명의 전문가 중 절반은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으며 나머지 절반 역시 상반기 수준의 보합세를 나타내거나 강보합세를 띨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지속되는 집값 상승 역시 전문가 열 명 중 6명은 오는 2017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은 20%를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하반기 이후로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10%에 그쳤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작용하는 요인(복수응답)에 대해 금리인상을 꼽은 응답자가 70%에 달해 아파트 공급과잉(10%), 추석이후 분양물량 소화여부(10%) 등의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고성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단기적으로 추석 이후 집값은 현재 수준의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융시장의 금리가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미국발 금리인상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내년부터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방안인 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 예고로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의견(40%)도 다수에 달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가계부채 종합대책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요인들이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세 2년은 이어질 것 = 집값 상승세가 2년간은 지속될 것이란 의견(60%)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전문가들의 80%는 집값 상승 요인으로 전세난을 꼽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높은 전세가와 전세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내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몰릴 것으로 예측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세난에 따른 매매전환 압박과 임대료 상승 추세로 세입자들이 실수요 시장으로 꾸준히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도 “전세 매물 부족에 따라 전세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 정부의 부양책과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 내년 4월 총선도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소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반면 전문가들은 복수응답으로 대출규제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경(50%)과 금리인상(60%)이 집값 상승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른 대출규제 정책이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예상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 등 정부의 인기영합적 단기 정책이나 DTI나 LTV와 같은 정부 정책이 집값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 것과 같은 정책 변경에 따른 리스크가 부동산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지역으로는 전문가의 70%가 강남 재건축 지역이라고 응답했다. 알 수 없다(20%), 위례·세곡·광교 등 기존 인기지역과 하남·김포 지역(10%)이 그 뒤를 이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광교, 위례와 같은 기존 인기지역이 입주가 시작되면서 실수요층이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셋값 폭등으로 밀려난 전세난민들이 하남이나 김포 등 다소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집값 상승 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으로는 전문가들은 대구나 부산 등 공급이 과잉된 지방도시(40%)를 꼽았다. 이어 수도권 외곽지역 역시 향후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는 의견(30%)이 거론됐다. 경기 북부권이나 서남부는 현재 분양은 수월하지만 수요층이 두텁지 않아 입주 물량이 증가할 경우 미분양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공급과잉 리스크로 인해 대구 등 일부 지방광역시에서 집값 하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비선호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증가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집 마련의 적절한 시점으로 전문가 50%는 올 하반기를 추천했다. 내년 상반기(20%), 내년 하반기(20%), 개인 재무상황에 따라 다르다(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올해 하반기가 적절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분양시장 열기도 지속 의견 우세 =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양시장 열기는 올 들어서 더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분양 물량은 분양실적을 조사한 2000년 이후 최대치인 약 45만9000가구에 이를 예정이다. 이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분양물량 28만4000가구와 비교하면 17만5000가구나 더 많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물량이 쏟아지며 우려 역시 적지 않다. 향후 공급 초과는 물론 다시 분양시장이 가라앉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향후 분양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 10인의 생각은 5:5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5명의 전문가는 ‘현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을 했고 나머지 5명의 전문가는 ‘현재보다 침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최근 분양시장의 호기를 이용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올리며 고가 논란이 벌어지는 단지가 늘고 있다. 이에 분양가 상승세에 대한 전망을 물었는데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고 교수는 “최근 분양가 상승은 지난 몇 년간의 침체기에 하락했던 것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월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분양가는 다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도 “기존 주택의 가격상승 및 거래 회복과 장기화된 대규모 재건축 사업의 진행으로 고분양가 사례가 나오며 분양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며 “미분양이 다시 우려되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분양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 팀장은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지만 고분양가는 청약자들의 수요을 감소시키는 만큼 분양가가 큰 폭으로 상승시 분양가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가 상승에 대해 10명의 전문가는 대부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게 올해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2년 후 입주시기에 집값이 급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16만5641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2~3년 후 입주아파트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집값이 떨어지자 입주를 포기하고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 건설·부동산시장 침체를 불러왔다. 여기에 2008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집이 유일한 재산이었던 이들을 하우스푸어로 내모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쏟아지는 물량이 향후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우세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규모 입주는 하락 요인이지 하락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고 김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분양 공급량은 약해질 수 있으나 평년 이상 수준이 예상된다”면서 “집값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이 팀장은 “서울은 2017년까지 연평균 2만3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으로 이는 과거 5년 평균(3만2777가구) 대비 70% 수준인 만큼 물량 부담이 적다”면서도 “경기도는 연평균 8만8500가구가 예정돼 있어 과거 5년 평균보다 높아 입주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