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vs 강남구, 한전부지 공공기여금1조7000억 ‘샅바싸움’

입력 2015-10-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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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강남구 우선 사용권’ 법령 없어… 서울시민 76.2% “단독사용 반대”신연희 강남구청장서울시, 협의 무시한 독단 행정…부지 내 변전소 이전증축 불허

지속적으로 충돌을 빚고 있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현대차그룹 한전부지 개발을 놓고 그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이 매입한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옛 한국전력 부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넘어 대립각이 한층 강해졌다.

일단 서울시는 현행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서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반면 강남구는 서울시에 대한 비판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강남구를 서울시 행정구역에서 빼달라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보낸 것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강남구는 옛 한전부지 개발과정에서 해당 자치구(강남구)를 제외한 채 현대차그룹과 사전협상을 벌인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갈등의 발단에서 현재까지의 상황 = 갈등의 불씨는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종합무역센타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송파구 잠실운동장까지 확장해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을 변경하는 도시관리계획(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강남구는 삼성동과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송파구로 확대하는 것은 공공기여금을 해당 자치구인 강남구에 쓰지 않고 다른 곳에 쓰려는 꼼수라고 맞섰다.

강남구는 4월 초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현대차 부지 개발 과정에서 해당 구청과 협의하지 않는다며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구는 “서울시가 사전 협의 없이 지구단위계획구역에 도시계획시설인 잠실운동장을 포함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운동장은 현행 국토계획법령상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할 수 없는데도 서울시가 무리하게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장하려 한다”며 “현대차그룹의 공공 기여를 강남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용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구는 당시 GBC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 기여를 밤고개로 확장과 올림픽대로ㆍ동부간선도로 개선 등 강남구 내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는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비용을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로 충당하는 등의 내용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코엑스∼잠실운동장 국제교류복합지구 종합개발계획에 포함됐던 내용이라며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강남구는 서울시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강남구민 25명은 4월 6일 서울시청을 찾아 “서울시가 강남구와 협의 없이 현대차 부지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등 독단적 행정을 펴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 같은 첨예한 대립이 10월까지 이어지면서 두 기관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불씨가 된 ‘공공기여금’이란 = 서울시와 강남구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공공기여금은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개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사업자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내는 돈을 일컫는다. 개발 과정에서 용적률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사업자가 도서관 등 공공시설 건설이나 지역 사회 발전 명목으로 내는 돈을 말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옛 한국전력 부지에 대해 도시 계획 규제 완화로부터 발생하는 이익 중 일부인 약 1조7030억원을 시에 공공기여금으로 내기로 결정했다. 이 돈의 사용처를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대립전선은 그야말로 불이 붙었다.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서울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의회 강감창(새누리, 송파4) 부의장은 여의도리서치에 의뢰, 20∼79세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달 17일부터 이틀간 전화면접을 벌인 결과 응답자의 76.2%가 공공기여금을 강남구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반면 강남구 내에선 58.9%가 단독 사용에 동의한다고 응답해 평균 8.6%의 찬성률을 보인 다른 지역보다 매우 높았다.

강남구 단독 사용에 동의한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강남구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이기 때문’(50.5%)이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람들은 ‘서울시에 낸 공공기여금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같이 사용할 필요가 있다’(73%)고 응답했다.

◇또다른 뇌관, 부지 내 변전소 문제 = GBC부지 개발의 열쇠는 부지 내에 있는 변전소 이전 문제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민간개발에 따른 난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교류지구를 확대했는데도, 강남구가 사전협상과 관련이 없는 옛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 증축을 불허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와 대규모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반면 강남구는 해당 부지에 대한 공공기여금은 영동대로 개발에 쓰여야 한다며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고시에 대해 무효를 주장했다.

신 구청장은 8월 12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서울시의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은 한국전력 부지 개발로 발생하는 막대한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에 우선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시 소유 잠실운동장 일대에 투입해 수익사업을 하려는 저의가 명백하다”면서 “시가 지구 결정을 고시하면서 국토계획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해 재원 조달 방안, 경관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누락하고 주민 의견 청취와 개진 기회를 박탈해 중대한 위법행위를 자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남구의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시의 국제교류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고시에 대한 무효 등 확인소송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신 구청장은 변전소 이전 인허가를 위한 행정적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단장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강남구가 주장하는 ‘공공기여 우선사용권’이 법령상 존재하지 않으며, 법령상 강남구는 사전협상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도 최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은 새 사옥 개발계획 수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지 내 변전소 이전 문제는 사전협상과 별개의 사안으로, 사전협상 및 건축인허가 등의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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