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투데이] 아메리칸어패럴, 결국 파산보호 신청…몰락한 진짜 이유는?

신세계백화점의 경쟁상대는 누굴까? 롯데나 현대백화점 같은 유통업체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정작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주말에 우리의 잠재적 고객을 흡인하는 야구장이나 테마파크도 경쟁상대” 라는 답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 답이 지금 미국 의류업계에서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요즘 미국의 의류브랜드들이 잇달아 경영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웨트 실(Wet Seal), 뎁 샵스(Deb Shops), 델리아스(Delia’s), 바디 센트럴(Body Central) 등에 이어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5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이 회사는 자라(ZARA)와 같은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려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감소했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자구 노력을 해왔으나 지난 5년간 3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고 올 들어서도 4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1989년 출범한 아메리칸 어패럴은 새로운 패션과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고용을 증진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끌었고 미국 전역에 130여개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이 의류업체의 경영난에는 과당 경쟁, 신제품 개발 부진, 노사분쟁, 경영진의 불화와 성희롱 사건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10대 등 젊은 층의 의류 소비 위축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젊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앱, 게임 등 IT 세계에 빠져 패션제품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소비와 지출 패턴도 함께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이 발표한 분야별 개인소비지출 통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중 개인소비지출은 전년동기 대비 1.8% 증가했는데, 의류와 신발의 기여율은 마이너스 0.03%였고 2분기에는 3.6%의 소비증가 중 0.2% 기여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내구용 레크리에이션 제품의 기여율은 1분기 0.18%, 2분기 0.25%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0.38% 및 0.37%로 소비품목 가운데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세대별 소비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았으나 1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들의 야외활동 위축이 의류와 신발의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베크롬비(Abercrombie & Fitch), 에어로포스테일(Aeropostale) 등 젊은 층을 겨냥하는 미국의 주요 의류브랜드들은 날로 치열해 지고 있는 동종업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제는 젊은 세대를 집안에 묶어 두고 있는 인터넷 관련 업종과도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