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2015 프레지던츠컵의 위험한 흥행 공식

입력 2015-10-06 09:50수정 2015-10-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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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프레지던츠컵 풍경.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 연합국의 골프 대항전으로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과 함께 양대 골프 대항전으로 통한다. (2015 프레지던츠컵 공식 홈페이지)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장 리더보드에 ‘KJ CHOI’란 이름이 새겨졌다. 이름의 주인공은 골프 변방 코리아에서 온 최경주(45ㆍSK텔레콤)였다. 그는 한국인 첫 PGA 투어 멤버였다.

최경주의 무모한 도전은 한국 프로골프의 뿌리이자 역사가 됐다. 그는 30개 대회에 출전한 첫 PGA 투어에서 톱10에 1차례, 톱25에 4번 진입하며 상금순위 134위(30만5745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골프 강국으로 성장했다. 2015 프레지던츠컵이 그 위대한 결실이다.

만약 최경주의 무모한 도전이 없었다면 프레지던츠컵의 한국 유치는 가능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는 2000년 이후 ‘한국인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였다. PGA 투어 데뷔 2년 만인 2002년 뉴올리언즈 콤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2003년에는 한국인 선수 최초로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다.

무엇보다 10년 이상 이어온 성실한 플레이가 감동을 준다. 2002년 2승을 시작으로 2005년과 2006년 각각 1승, 2007년 2승, 2008년 1승, 그리고 2011년 1승까지 10년 동안 8승을 장식하며 PGA 투어 무대를 누볐다.

그는 PGA 투어 코리안 돌풍의 핵이었다. 때론 모자와 골프화에 태극기를 달고 출전해 한국을 알렸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골프 재단을 설립해 국내 어린 골프 유망주들을 도왔다. 양용은(43), 배상문(29), 노승열(24) 등 후배 선수들에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했다.

최경주는 스폰서 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남자선수들에게 희망이자 우상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는 대회 수는 물론 상금 규모도 스폰서도 열악한 환경이다. 국내 대회가 없을 때는 중국이나 아시안투어 대회를 찾아다니며 상금을 벌어야 하는 선수들도 많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2015 프레지던츠컵 흥행이 국내 골프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PGA 투어는 “이번 프레지던츠컵은 연습 라운드 때도 10만명 이상이 대회장을 찾는 것은 물론, 255개국 10억 가구에 중계될 예정”이라고 흥행을 자신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2ㆍ미국)와 2위 제이슨 데이(28ㆍ호주)의 맞대결을 비롯해 버바 왓슨(37)ㆍ더스틴 존슨(31ㆍ이상 미국)의 400야드 괴물 드라이브샷, 필 미켈슨(45)ㆍ리키 파울러(27ㆍ이상 미국) 등 스타 플레이어가 총 출동한다.

하지만 이번 프레지던츠컵 흥행엔 위험한 공식이 존재한다. ‘흥행은 곧 대중화’라는 잘못된 계산이다. 골프 대중화 없는 흥행이 과연 골프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골프에 대한 인식 전환과 거품 제거를 위한 대중화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2015 프레지던츠컵 흥행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2015 프레지던츠컵은 1968년 11월 12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설립 이후 47년 만에 맞은 한국 골프계 최대 이벤트다. 또 완도 청년 최경주가 PGA 투어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만들어낸 쾌거이기도 하다. 그들의 눈물겨운 도전이 이번에야말로 골프 대중화라는 결실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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