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신속지원 효과 ‘패스트트랙’ 모범사례
수차례 경영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회생절차 ‘패스트트랙’ 모델을 통해 빠르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패스트트랙(Fast Track)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가 시작되면 조기에 사건을 종결하고 회사를 다시 시장에 복귀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패스트트랙은 회생절차 개시부터 인가를 거쳐 종결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기업의 가치가 급속히 훼손되고 이해관계인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1년 도입됐다.
팬오션은 패스트트랙이 적용돼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여파로 2013년 6월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 팬오션은 약 2년 2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팬오션은 이후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떨어트렸고, 동종업계에서는 유례없는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하림이 1조원 이상의 금액으로 인수하면서 팬오션은 발빠른 경영정상화를 이뤘고, 하림은 기존 업종과 해운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종 특성상 해운업 못지않게 경기 침체 등의 외부 요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설사들 역시 회생절차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 등의 과정에서 7번이나 M&A에 실패한 쌍용건설은 회생절차 내에서 추진된 M&A를 통해 가까스로 회생에 성공했다. 법원은 지난 3월 15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쌍용건설은 두바이투자청의 인수대금으로 기존 채무를 모두 정리하면서 재무적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적도기니 공사 수주 등 해외에서 활발하게 영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4월 회생절차가 종결된 건영(옛 LIG건설) 역시 새 주인을 만나 업계순위 20위권내 회사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패스트트랙 모델이 처음 도입된 건영은 절차 개시 후 6개월 만에 인가결정이 나왔지만, 이후 절차 진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년 만에 시장에 복귀했다.
건영은 2013년 8월과 2014년 3월 각각 두 차례에 걸친 M&A 시도 끝에 세 번째에서야 투자계약을 성사시켰다. 현승디엔씨와 이랜드파크로 구성된 현승컨소시엄이 730억원대 금액으로 인수함으로써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 대부분을 변제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트랙 제도 정착으로 기업들의 빠른 시장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한편 효율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파산 분야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패스트트랙 도입 이후 회생신청 뒤 인가까지는 속도가 빠르지만, 인가에서 종결까지가 상당히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인가 다음 종결 시까지는 법적인 문제가 별로 없고 회사 운영에 관한 문제만 남은 만큼, 법원이 너무 깊게 관여하지 말고 패스트트랙 취지를 살려 조기에 종결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