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인수전 초읽기…초대형 증권사 탄생하나

입력 2015-10-0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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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KDB대우증권 인수전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전은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오는 8일 매각공고를 내는 것으로 본격화된다.

일찌감치 '자천타천'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던 KB금융지주에 이어 미래에셋그룹이 인수전에 가세하면서 금융투자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흥행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권업계를 선도해온 전통의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 지각변동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판 커진 대우증권 인수전…최후의 승자는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대우증권은 자본총계가 4조3천49억원으로 NH투자증권(4조4954억원)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덩치뿐 아니라 103개의 전국 영업점을 갖췄고 투자금융(IB)사업과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메가톤급 매물'로 여겨진다.

주요 인수 후보자로는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그룹 외에도 한국금융지주와 신한금융투자, 중국의 금융그룹인 시틱(CITIC)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선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그룹이 양자 구도를 형성하고 나머지 후보군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KB금융지주는 자본력이 풍부한 데다 증권 자회사인 KB투자증권의 규모가 작아 사업 포트폴리오상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대우증권 인수 의지가 강하다.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자본금 5800억원)과 합병하면 국내 1위 증권사를 거느리게 된다.

채권 업무에 강점이 있는 KB투자증권과 소매업무에 강한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사업적으로 보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복합금융점포 등 양측의 전국적인 영업망을 활용한 새 사업모델도 기대된다.

그러나 KB금융지주의 독주에 맞설 미래에셋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향방을 한치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9일 이사회를 열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1조2067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하고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자기자본이 7조원이 넘는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로 거듭난다.

여기에 연금 부문과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IB, 브로커리지에 강한 대우증권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회사의 주력이 금융투자업인 만큼 인력 등 중복된 분야가 적지 않아 의외로 시너지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인수전 참여 여부를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 중심의 한국금융지주는 은행을 거느린 다른 금융지주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위상이 약해 대우증권 인수로 금융권에서 존재감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경쟁력을 보유한 대우증권의 해외 인프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홍콩,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중국, 베트남, 몽골 등지에 진출한 상태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과 카드에 비해 증권부문이 약하다는 점에서 대우증권 인수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틱은 막대한 자금력을 토대로 대우증권 인수를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시틱의 주력 계열사로 중국의 최대 증권사인 중신(中信)증권의 사장을 포함한 고위간부들이 최근 내부자 거래 등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금융당국 방침·인수가격·매각방식 등이 변수

매각 공고를 앞두고 금융투자 업계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방침과 매각 대금 등 변수를 둘러싼 관측이 무성하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43%의 가치는 지난 2일 종가로 환산하면 약 1조6500억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20∼3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대우증권 매각 가격은 최소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의 주가가 1만7950원까지 오른 지난 4월에는 예상 거래 규모가 3조원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우증권 주가가 최근 증시 침체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중국계 인수 후보자의 과감한 베팅 등으로 인수전이 과열되면 매각가가 2조5천억∼3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매각 공고에 앞서 자문인수단 선정작업에 돌입할 정도로 인수 의지가 강한 KB금융지주가 경쟁이 과열되더라도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오버페이(과도하게 높은 가격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며 "경영진의 성향을 고려할 때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고 해서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도 대우증권 매각에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담당하고 있어 매각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인 금융위는 초대형 증권사 출범이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시장의 발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매각방식도 관심사다. 산업은행이 한두차례의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우선 인수협상 대상자를 선정할지, 아니면 매각대금을 최대한 높이고자 이른바 경매 방식으로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인수전에서 누가 유리한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매각 가격과 방식, 인수 지분규모 등이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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