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3월은 잔인한 달’…노조 투쟁 심화

입력 2007-03-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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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선임ㆍ업무 등과 과련 노사 갈등 확대

은행권의 올해 봄은 ‘은행장 인사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사장, 기업은행장, 외환은행장, 한국씨티은행장, 경남은행장, 광주은행장, 전남은행장 등 대부분 은행 수장의 임기가 3월로 끝나게 된다.

이미 우리금융 회장에 박병원 전 재경부 1차관이 확정돼 교체됐으며, 나머지 은행들은 대부분 연임으로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현재로써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선임만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 연임으로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듯 했던 은행업계의 2007년 봄은 ‘노사 갈등의 계절’로 재해석되고 있다.

일반적인 임금협상과 관련된 ‘춘투’가 아닌 은행장 인사와 정책 갈등을 놓고 첨예한 노사간 마찰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은행의 로비에서는 노조의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은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면 강경한 대응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 우리, 산업, 전북은행 등이 본점 로비에서 노동조합의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노사 갈등의 원흉은 ‘은행장 인사’. 최근 몇 년간 잠잠했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우리은행은 우리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박병원 전 재경부 제1차관에 이어 박해춘 LG카드 사장의 우리은행장 내정설에 반발하며 마호웅 노조위원장이 지난 14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노조는 은행 경험이 없는 박 사장이 은행을 경영할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박 사장 아들이 병역을 회피했다는 도덕적인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우리은행장 불가론’을 더욱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박해춘 사장의 우리은행장으로 임명될 경우 출근 저지는 물론 불복종 운동, 더 나아가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일단 오는 21일 행장추천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본 이후 22일 전 직원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 합법적인 투쟁이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전북은행 노조 역시 은행장 선임과 관련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낙하산 인사가 아닌 홍성주 현 행장의 3연임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은행 노조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홍 행장의 발언과 후보로 지원하지 않은 홍 행장을 선임하게 된 해명 등을 요구하는 특별호소문 발표와 노조위원장 단식 투쟁 등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조는 은행장 후보군에 대한 철저한 자질과 능력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홍 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도 총재 선임 여부는 아니지만 ‘낙하산 인사’와 관련된 노조의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산업은행의 이사직을 외부인에게도 개방하라'고 지침을 하달한 것과 관련 노조에서는 이는 낙하산 인사 의도가 포함된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14일 저녁 낙하산 기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본점로비에서 개최하는 등 노조의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행도 지난 14일부터 노조의 집회가 여의도 본점 로비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노사갈등은 인사 문제가 아닌 업무영역에 관련된 것.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전격적으로 시행한 영업점 업무분리(SOD)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SOD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영업점 직원들은 과혹하게 혹사시키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타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수수료 인하로 약 5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 대한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러한 조치가 강 행장이 스톡옵션을 챙기고, 오는 11월 연임을 위한 사적 포석이라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외에 외환은행 노조도 론스타의 인수 무효를 시사하는 감사원의 결정으로 투쟁을 더욱 본격화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각종 규탄집회를 통해 불합리성을 국민에게 알리며, 금감위의 조속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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