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기업 로펌을 찾아]법무법인 율촌, STX 회생절차·리먼 브러더스 협상 ‘英FT 혁신상’

입력 2015-09-17 09:55수정 2015-09-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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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일만 처리하고 수익에만 관심두면 난제 풀 수 없죠”

“혁신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문제에 접근해 고객에게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자신을 율촌 공채 1기라 칭하는 김기영(4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14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혁신’이었다.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 앞에서 김기영(왼쪽) 변호사와 허범 변호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6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한국의 로펌상(Most Innovative Korean Law Firm)’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율촌의 사훈에 혁신이 들어있습니다.”율촌 소속 허범(52·18기) 변호사가 말했다. 이쯤 되면 ‘혁신’이라는 단어는 율촌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했다. 김 변호사는 “로펌이 매일 똑같은 일만 처리하고 수익에만 관심을 두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상’ 수상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은 김 변호사가 맡았던 ‘STX 회생’건이었다. 일반 사채권자를 출자전환을 통해 기업 회생 절차에 동참하게 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후 이 사건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전체 채권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해 회사를 살리는 좋은 성공 모델이 됐다. 김 변호사는 “2700여 명이 되는 사채권자 중 99% 이상이 출자전환에 동의했다”며 “율촌의 적극적인 지원과 변호사들의 노력, 회사를 살리려는 STX 직원들의 희생이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혁신상’ 수상에 이바지한 또 다른 사건은 ‘리먼브러더스 협상’건이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절차를 밟으며 국내 한 증권사에 지불대금 및 이자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요구한 내용이었다. 6년 동안 풀리지 않던 난제를 해결한 주역은 허 변호사였다. 그는 대응팀을 꾸려 문제를 다각도에서 분석한 끝에 리먼 측의 최초 요구금액 3분의 2를 경감하는 데 성공했다. 허 변호사는 “골드만삭스에서 트레이딩 헤드로 일했던 임정준 고문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국제금융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지식을 가진 변호사뿐 아니라 당사국의 금융체계와 상품·시장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실제 허 변호사 역시 국내 변호사로는 드물게 스위스은행 ‘UBS’에서 금융상품을 설계 판매하는 은행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경위를 물으니 그는 “축구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꿈꾸듯 세계 금융의 중심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그곳에서의 경험이 이번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혁신상’ 수상이 이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 변호사는 “우리가 풀었던 난제들이 세계적으로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한국 로펌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율촌이 걸어온 방향이 마침 FT가 상을 주려는 방향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일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평가받았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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