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탄 책임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 못해"… 유책주의·파탄주의란

입력 2015-09-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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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부부관계가 현실적으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혼외자를 둔 남성 백모 씨가 법적 부인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976년 김 씨와 결혼한 백 씨는 외도를 통해 1998년 혼외자를 두게 됐다. 백 씨는 2000년 집을 나와 혼외자를 낳은 여성과 동거를 시작했고, 10여년 간 김 씨에게 자녀 3명의 학비를 부담하고, 생활비도 달마다 100만원씩 지급했다.

더 이상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김 씨는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백 씨는 강제로 이혼을 시켜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백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법원이 취하고 있는 '유책주의'에 따른 결론이었다.

유책주의는 부부 당사자 중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이 없는 쪽에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백 씨의 사례에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김 씨이고, 외도 책임이 있는 백 씨는 청구할 수 없다. 반면 객관적으로 부부관계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인정된다면 책임 유무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 파탄주의다.

우리 법원은 유책주의를 취하고, 다만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단순히 보복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당초 대법원이 이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유책주의를 고수하던 법원이 입장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몇몇 대법관들이 이 사건에 관해 공개변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탄주의 입장에서 유책주의로 돌아서면서 결론이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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