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산별노조, 지도부 사퇴 요구하며 강력 반발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회의 도중 노사정 대타협에 반발하는 산별노조 위원장의 돌발적인 분신 시도로 파행됐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중집을 열어 전날 노사정 대표들이 합의한 노사정 대타협 안건을 보고하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부 반발로 안건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사정 대타협 초안을 설명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회의 초반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속노련 등 일부 산별 노조의 상당한 격론이 이어졌고 5분동안 정회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 차원에서 중집위원들을 제외한 다른 노조원들을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구하자 그 과정에서 김만재 금속노조 위원장이 단상으로 뛰어나와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려다 저지당했다. 옆에 있던 금속노조 간부가 소화기를 살포해 이를 제지했다.
금속, 화학, 공공연맹 등은 당초부터 노사정 대타협을 결사 반대한 대표적인 강경 산별노조로, 지도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한국노총 59차 중집은 중단됐으며, 중집 참석 위원들은 3시 10분 쯤 회의장을 곧바로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집 회의장에는 소방인력이 출동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한노총 중집은 1시간 정회 후 다시 재개할 방침이지만, 일부 산별노조가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이번 전날 김동만 위원장이 합의한 노사정 대타협안을 절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날 노사정 대타협 승인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노동계에서 강력하게 반대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와 관련해 정부의 가이드라인(행정지침) 마련 방침을 수용한 것을 두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 52명이 모여 노총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기구다. 중집에서 노사정 대타협 안건이 통과되면, 노사정 대타협은 마지막 고비를 넘넘어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의 노사정 대표 서명과 발표 절차만 남겨두게 된다.
한편 앞서 지난달 18일 지도부가 중집을 열어 노사정 복귀 설득에 나섰지만,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한노총 산하 산별노조 조합원 100여명이 중집 개최가 예정된 대회의실을 점거해 복귀 선언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