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의 그런데] '잊혀지는 세월호'와 '도전 골든벨' 개념 여고생

입력 2015-09-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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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방송된 KBS '도전 골든벨'에서 안양 부흥고등학교 3학년 한주연(오른쪽) 학생이 발언하는 모습.(출처=KBS 도전 골든벨)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모른 척하고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못 본 척하는 비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개념 여고생'이라고 칭해지는 한 고등학생의 발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도전 골든벨' 에필로그로 방송된 이 학생의 발언. 어딘가 어색하고 부족한 것 같다는 네티즌의 날카로운 지적...방송분에서는 이 학생이 말하려던 '목적어'가 빠졌다는 지적이었죠.

지난 6일 방송된 KBS 1TV '도전 골든벨' 안양 부흥고등학교 편. 한 고등학생이 한 '세월호' 관련 발언이 편집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학생의 이름은 한주연.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단원고 2학년 4반 고(故) 김웅기 학생의 조카입니다.

도전자로 출연한 한주연 학생은 '도전 골든벨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진행자의 물음에 이 같은 말을 했는데요. 지난달 18일에 진행된 녹화 당시에 한주연 학생은 '세월호를 오랫동안 기억해달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지만 전파를 탄 본 방송분에서는 방송 말미 에필로그에 약 7초 정도 짧게 실렸는데요. 그마저도 '세월호' 언급은 '쏙' 빠지고 그의 발언 중 마지막 부분만이 방송됐죠. 그것도 아주 경쾌한 원더걸스의 신곡 'I Feel You'에 맞춰서 말이죠.

논란은 거셌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특정 의도로 편집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죠. 논란이 확산되자 KBS 제작진은 "당시 녹화에선 학생이 너무 긴장해 나머지 앞부분을 들어낸 것이다. 세월호 이야기였기 때문에 편집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는데요. 제작진의 해명에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세월호 교사 희생자 순직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주연 학생의 말처럼 안타깝게도 '세월호'는 국민 뇌리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주연 학생을 비롯해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고, 잊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논란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죠.

지난 9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담임을 맡아 함께 희생된 단원고 고(故) 이지혜·김초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해 오체투지 행진이 진행됐습니다. 고인이 된 두 선생님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사망한 정규직 교사들과 달리 '순직'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순직이 인정되면 혜택이 중복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들 선생님의 죽음은 단순히 '근로자의 죽음'으로 남아있고 유가족의 절규는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사진=세월호 추모영상제)

논란은 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기관의 중징계 대상 중 절반이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이죠. 또 세월호 참사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동에게 건강보험 당국이 건강보험료를 부과했다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유가족이 아닌 이상 아무리 끔찍한 사고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되겠죠. 혹자는 말합니다. 언제까지 슬픔에 잠겨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냐고, 그만 잊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한주연 학생의 말처럼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비겁하게 모른 척 덮어두는 게 능사일까요. 진정한 진일보를 위해서는 슬픔을 직시하고, 개선점을 찾는 게 우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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