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어떻게 시청률을 넘어선 역사교과서 기능했나? [배국남의 눈]

입력 2015-09-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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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무한도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편이 높은 반응과 함께 역사교과서를 능가하는 기능을 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2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 네 번째 방송은 14.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10.2%), SBS ‘질주 본능 더 레이서’(3.1%)를 압도했다.

지난 5일 방송에선 강제노역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거주하는 일본 우토로 마을을 방문한데 이어 12일 방송에선 하하는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하시마섬을 방문해 강제노역으로 숨져간 조선인의 비극적 역사와 일본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돌아봤다.

첫 번째 입도는 실패였다. 파도가 거세 하시마 섬을 들어가지 못하고 대신 강제노역 중 숨진 조선인의 유골이 모셔진 다카시마 섬의 공양탑을 찾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일본을 다시 방문해 하시마 섬을 찾은 하하와 서경덕교수는 강제노역 사실을 은폐하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막장에서 숨져간 조선인의 비극적인 역사를 환기시켰다. 그리고 방치된 다카시마섬의 공양탑을 다시 찾아 하시마섬 탄광에서 강제노역 하면서 그토록 먹고 싶었던 조국의 쌀로 지은 하얀 쌀밥과 고깃국을 돌아가신 영령에게 대접했다.

‘무한도전’은 ‘배달의 무도’의 네 차례에 걸친 방송에서 해외에 있는 한국인을 찾아 따뜻한 집밥을 선물했다. 특히 이번 ‘배달의 무도’에선 일본의 우토로 마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하시마 섬을 찾아 상당수 국민이 모르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환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하시마섬에 대한 ‘무한도전’ 방송은 청소년을 비롯한 수많은 시청자에게 하시마섬의 존재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극단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정부의 후안무치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역사교과서를 뛰어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일본 하시마섬은 군함을 닮았다 해서 군함도(군칸지마)라 불리기도 한다. 일제강점기때 강제로 끌려온 800여명의 조선인이 목숨과 맞바꾼 노역을 강요당했던 비극이 서린 곳으로 해저 1000m 이상 뚫은 수직갱도는 습기로 가득하고 막장 높이도 대단히 낮아 온전한 자세로 서 있기도 버거웠을 정도로 살인적인 노역환경과 일본인의 폭력에 시달리며 수많은 조선이 하시마 섬에서 목숨을 잃었다. ‘무한도전’에 출연한 하시마섬 강제 노역 생존자들은 “고열과 탄가루가 날려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밥을 주지 않아 너무 배가 고팠다. 아직까지도 강제노역에 대한 사과는 커녕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1940년대 조선인이 강제 노역한 하시마섬 탄광에서 발견된 한글.(출처=유튜브 '군함도의 진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를 통해 하시마섬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일본정부는 ‘메이지 산업혁명의 유산’으로, 근대화 과정의 산업 시설이 잘 보존됐다고 주장했다. 일본정부는 조선인의 강제노역에 대해 논란이 일자 등재추진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인정을 했지만 등재 후 일본 정부는 태도를 바꿔 강제노역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몰역사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부분을 자연스러운 ‘배달의 무도’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잊혀진 역사에 대한 부분을 가슴으로 수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재미와 함께 의미까지 추구하는 최고 예능 프로그램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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