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입력 2015-09-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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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

딸아이의 결혼식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상견례를 하고 예단을 보내고 함을 받고 그리고 딸아이가 살 집까지 둘러보니 ‘이제 이 녀석이 정말 결혼을 하나 보다’ 싶었다. 배우자 선택과 결혼은 너의 행복을 위한 너의 선택이라고 딸아이에게 얘기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서른 셋, 봄까지도 사귀는 사람이 없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부모가 소개해 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봤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는 딸아이에게 계속 결혼 얘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출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일 년 가까이 사귄 남자 친구와 결혼하겠다며 인사를 시키러 왔을 때 “왜 진작 안 나타나고 이제야 나타나서 사람 애간장을 태웠느냐”고 남자 친구에게 나무라듯이 농담을 건넸지만 그때까지 사위 보고 며느리 보는 사람이 몹시 부러웠다.

결혼 준비를 위해서 요리를 배우고 운전 연습도 다시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엄마와 수시로 상의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하다. 양가의 갈등이나 자존심 싸움으로 속앓이를 하는 예비부부, 친정 부모와의 갈등으로 고민하거나 정작 친정어머니가 안 계셔서 눈물 흘리는 신부들도 보았기 때문이다.

30여 년이 지난 일이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내가 결혼할 때는 간단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결혼식을 앞두고 결정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 뭐 그리 많은지, 과정이 왜 이렇게 복잡해졌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행스럽게 사위 될 친구와 딸아이가 지혜롭게 준비를 잘 하고 있어서 든든하다. 의견을 물어오면 대답해 주고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지원해 주지만 둘이 알아서 결혼 준비를 실속 있게 하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는다.

주례사를 할 때마다 “진정한 어른이 되라”고 강조하지만 진정한 어른은 과연 언제나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만 20세가 되었다고, 취직해서 월급을 받게 되었다고, 결혼을 했다고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었다고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학생들에겐 신체적, 지적, 법적, 심리적, 정서적으로 성숙해야 그리고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라고 가르치긴 했다.

하지만 요즘엔 회갑 정도가 지나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른이 되는 것에는 완성이라는 것이 없고 평생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과 ‘가족’에 대해서 가르치고 상담하며 주례로서 신혼부부의 결혼 준비도 많이 도와줬지만 정작 내가 혼주가 되어 일련의 과정을 겪어 보니 ‘내가 직접 체험을 해 보지 않으면 안다고 할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딸아이를 결혼까지 시킬 나이가 되었으니 당연히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장인도, 사돈도, 친정아버지라는 역할도 아직 경험을 못 해 봤으니 난 배울 것이 아직도 많은 어른이다. 조카들이 아이들을 낳아서 할아버지 소리를 듣고도 있지만 딸아이와 아들 녀석이 아이를 낳아야 진정한 할아버지가 되는 셈이니 난 아직 어른의 충분한 조건을 다 갖추었다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결혼 34년차 주부인 아내조차 아직도 장모님으로부터 살림살이에 대해서 배운다고 하니 진정한 어른,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할 일이다. 이제 어른으로서 막 걸음마를 떼려는 딸아이가 진정한 어른으로서 아내 역할과 엄마 역할, 며느리 역할을 지혜롭게 해내기를 바라며 나 역시 부끄럽지 않은 장인과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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