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개장하는) 오전 10시30분이 돼 봐야 더 확실한 방향을 알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가 개장한 뒤 증권사의 시황 담당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면 으레 듣는 답변이다.
미국과 유럽 증시의 방향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의 흐름이 결정되곤 하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중국 증시의 영향이 더 커진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상관계수는 지난달 말 기준 0.59로, 지난 5월 초(0.10)의 6배로 높아졌다. 올해 초에는 -0.16으로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다.
같은 시점 코스피와 S&P500의 상관계수는 0.43, 코스피와 다우존스의 상관계수는 0.31에 그쳤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최근 조정 국면을 거치며 중국 증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지난달 24일의 경우 1,860선에서 약보합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중국 증시 개장 직후 보합권에서 벗어나 수직 하락하기 시작해 결국 장중 1,800선까지 추락했다. 중국 증시의 폭락 탓이다.
지난 2일에는 코스피가 1,900선이 붕괴된 채 출발했으나 중국 증시가 장중 발표된 부양책에 힘입어 반등하자 덩달아 상승세로 돌아서 1,910선을 사수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위상 변화로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매크로나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신흥시장을 가늠하게 되면서 국내 증시도 중국 증시에 연동하는 양상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의 관심과 고민거리로 중국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중국의 부진이 중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거래가 많은 한국, 대만 등에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보니 중국의 경제 우려로 증시가 변동성을 보일 때마다 동조화하며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으며,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5.1%에 이른다.
LIG투자증권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일일 종가를 기준으로 상하이종합지수와 주요 국가 대표 지수의 상관계수를 도출한 결과 한국이 0.78로 가장 높았다. 일본과 러시아, 브라질이 각각 0.73으로 두번째였다. 미국은 0.5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예은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미국과의 상관관계가 더 높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코스피와 상하이종합지수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증시의 급락세가 일부 진정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향후 이 같은 동조화 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연구원은 "이달 들어 중국 증시가 3,000선 이하에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는데다 글로벌 이머징 펀드 내에서 중국은 작년 말 대비 편입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 한국은 역사적 최저치 수준인 만큼 향후 중국 증시의 변화에 따라 국내 증시가 도매금으로 휘둘리는 부분은 전반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코스피를 기준으로 봤을 때 대표 지수와의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러시아와 브라질(각 0.88)이었으며 프랑스(0.79), 중국(0.78), 아르헨티나·독일(0.77) 순이었다. 미국은 0.74, 일본은 0.73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