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 보증금 22년만에 인상…맥주ㆍ소주 가격 오를까

입력 2015-09-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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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가평 펜션촌에서 '2015 캠퍼스 리바틀챌린지' 대학생 서포터스들이 빈병 회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빈병 보증금이 22년만에 인상된다.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 오른다. 하지만 주류제조업계가 빈병 보증금 인상 등에 반대하고 있어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빈병 보증금은 맥주, 소주, 청량음료 등 제품에 사용된 용기의 회수 재사용을 위해 출고가격이나 수입가격과는 별도로 제품가격에 포함시킨 금액을 말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빈병을 반환하면 해당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빈병의 회수와 재사용을 늘리기 위해 1985년부터 시작한 보증금제도는 1994년 이후 금액이 동결됐고, 22년만에 인상하는 셈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빈병 재사용률을 85%에서 선진국 수준인 9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한 주류회사가 도ㆍ소매점에 지급하는 빈용기 취급수수료도 현행 소주 16원, 맥주 19원에서 모두 각 33원으로 올려 단일화하기로 했다. 도ㆍ소매점에서 빈병을 회수ㆍ보관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취급수수료가 충분하지 않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대책을 놓고 일각에선 빈병 보증금 인상이 고스란히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2일 성명서를 내고 빈병 보증금 등을 포함하면 소주 출고 가격은 현재 1002원에서 1097원으로 9.5%, 맥주 출고 가격은 현재 1129원에서 1239원으로 9.7%로 평균 9.6%가 인상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빈병 보증금이 소비자가 빈병을 소매상에 반환할 때 되돌려 받을 수 있으므로 주류 가격 인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주류업계는 소비자가 소매상을 통해 빈병을 반환하지 않으면 보증금 인상액은 고스란히 소주, 맥주 가격에 반영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빈병 보증금 인상으로 소매상 반환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맞벌이 가구 등 소비자들은 빈병 몇 개를 소매상까지 가지고 가서 환불받는 것을 귀찮게 여기고, 소매상 등은 규정된 보증금보다 적게 지급하거나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빈병 보조금 인상으로 빈병 재사용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막연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회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값싼 주류 수입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맥주는 보증금 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보증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킬 것이라고 했다. 수입맥주의 경우 올해 1~7월의 수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시 빈병 사재기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부 역시 법률 시행 이후 일정기간 동안 보증금이 다른 신(新)ㆍ구(舊)병이 함께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구병을 반납하고 신병 보증금을 받게 되면 제조사가 추가적으로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폭리 목적으로 빈병 반환을 기피하거나 구병을 신병으로 둔갑시키는 등 부당이득 행위도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라벨, 제품진열대 가격표시, 영수증 등을 통해 보증금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유통업계 행정지도와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행위가 확인되면 관계부처와 함께 관련 법률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술병에 목 라벨 부착여부로 제품을 구분해 빈용기 사재기를 예방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주류 업계는 현재 주류 제조사 10곳 중 6곳은 목 라벨 설비가 없어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조업체에 입고되는 빈용기를 일일이 구분하는 것은 병의 양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인상된 보증금을 지급하고 구입했다면 만약 소비자 실수로 목 라벨을 훼손해 반환할 때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적게 지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 라벨로는 사재기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류산업협회와 주류제조업체들은 “환경부는 정책효과도 불분명하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 시킬수 있는 빈병 보증금의 일방적 인상 방안을 철회하고, 실질적으로 빈용기 회수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업계와 소비자의 참여하에 논의해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미국과 캐나다를 사례로 들고 빈병 보증금 현실화에 따라 회수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미시간 주(州)의 경우 보증금이 10센트인데, 보증금이 5센트인 뉴욕 주 등에 비해 약 26% 정도 회수율이 높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캐나다 앨버타 주의 경우 2008년 보증금과 취급 수수료 인상 후 품목별 회수율이 평균 12% 가량 상승했다.

환경부는 “취급수수료가 약 2배 이상되지만, 실제 제조사가 부담할 수수료 총액은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 아닌 현 수수료 총액인 788억원 대비 15.8%인 125억원만 증가하며, 이는 재사용에 따른 제조사 편익(연간 최대 5100억원) 대비 2%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사용률이 상승하면 신병 투입 비용이 줄어 그만큼 제조사에게 편익이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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