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위해 쓸 60억 위문성금, 지휘부 집기ㆍ군간부 호화만찬에 '흥청망청'

입력 2015-09-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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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정무위원회)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위문성금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토방위에 헌신하고 있는 장병 등의 노고를 격려하고, 이들의 사기 진작과 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할 위문성금이 모금취지와 다르게 군사작전용 물품구입에 사용되거나 군 간부 및 주한미군의 호화만찬 및 관광행사 비용에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이 모금한 위문성금은 국가보훈처가 국토방위 종사자(국군장병, 전투경찰순경 또는 의무경찰, 의무소방원, 주한미군 등)와 취약지 근무자(벽지 기상관측요원, 취약지역 집배원, 도로 보수원, 도로관리원, 등대원 등)의 사기 진작과 복지를 위해 위문성금을 사용한다. 김기식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는 최근 3년간 2012년 64억, 2013년 61억, 2014년 67억을 모금해 연간 약 65억 원을 집행했다.

2014년 위문성금은 67억 100만원이 집행됐다. 세부내역으로는 ▲위문금 24억 6900만원, ▲위문품 26억 1300만원, ▲위문도서 14억 5800만원, ▲위문행사 1억 6100만 원이 사용됐다.

그러나 김기식 의원이 국가보훈처가 군부대에 지급한 위문품의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위문품이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복지용도가 아닌 군 작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보훈처는 2014년 위문품을 구입하는데 26억 1300만원을 사용했다. 국가보훈처는 국방부, 경찰청에 지급하기 위한 TV, PC, 세탁기 구입비로 22억 4700만원을 집행하고, 주한미군에 DMZ철조망액자를 지급하기 위해 2억 5800만원, 취약지근무자에게 방한장갑을 지급하기 위해 1억 800만원을 사용했다.

이 중 위문품 구입액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TV, PC 사용현황을 살펴본 결과, 육군본부에서는 위문품으로 받은 TV를 회의실 상황 모니터용으로 쓰고 있거나 세미나실의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6사단에서는 지휘통제실 상황 모니터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6사단, 17사단, 28사단, 31사단 등 부대 대부분이 위문품으로 지급된 PC를 사무실 행정용으로 쓰거나, 지휘통제실에서 작전용 PC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 위문품에는 위문품 스티커가 붙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보훈처는 위문성금으로 연예인을 동반한 호화만찬과 관광행사, 그리고 기념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처는 매년 국군모범용사를 초청해 만찬행사를 실시한다. 2014년 국군모범용사 초청 만찬행사는 H호텔에서 국군모범용사(부사관) 및 배우자 120명, 국방부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보훈처는 만찬행사에 4900여 만 원의 성금을 사용했다. 집행금액에 현직 아나운서의 행사 사회비, 연예인 공연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훈처는 매년 주한미군을 초청해 산업현장, 문화탐방 행사를 진행했는데, 2014년 행사에 1억1000여 만 원의 성금을 사용했다. 주한미군만찬에서도 아이돌그룹(와썹)의 공연비용이 사용됐다.

성금을 내는 공무원들이 전후방 각지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에게 성금이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다르게, 보훈처는 연예인까지 동반한 군 간부들의 만찬비용에 성금을 사용했다. 보훈처가 위문성금을 얼마나 형식적이고 무계획하게 집행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기식 의원은 “위문품은 장병의 복지향상을 위해 쓰이는 것이지, 작전용으로 위문품을 쓰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작전용으로 쓰이는 장비는 국방예산에 반영해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위문성금은 국가에서 미처 해 주지 못하고 있는 군인들의 복지증진에 사용되어야 의미가 있다. 최근 남북 긴장감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보훈처는 장병들을 위해 위문성금을 사용했어야 했다” 면서 “보훈처는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집행하던 관행을 버리고 위문성금 취지에 맞게 장병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위문성금 집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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