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내 및 인근 지역 공장 가동 중단 지시…서민들 울상
중국이 만사를 제쳐놓고 오는 3일(현지시간) 예정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준비에 열을 올리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행사 때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1만2000명에 달하는 병사를 동원하는 한편, 신형 탱크와 미사일을 선봬 시진핑 국가 주석의 권력을 과시할 계획이다. 열병식에는 30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을 약속한 만큼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껏 올릴 수 있는 기회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열병식 준비에 과도하게 몰두한 나머지, 경제 현안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열병식 이면에서는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행사 개최를 앞두고 수도인 베이징의 대기오염 대책으로 시내 및 주변의 1만개 이상의 공장, 건설 현장의 조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교통체증, 치안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도시의 자동차 주행은 물론, 매장 판매도 일부 제한하기로 했다. 심지어 국가통계국은 일반적으로 주말에 시행하는 경제지표 발표를 연기하기까지 했다.
콘크리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렌닝닝은 “8월 중순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면서 “생산 재개 시기에 대해 지방 정부로부터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의 임시 휴업으로 직원들도 일손을 놓고 있지만 정작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렌닝닝은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은 행사를 위해 내린 일시적인 조치가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즈호증권 관계자는 “열병식을 위해 내린 임시 조치가 중국의 산업 생산에 큰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WSJ는 열병식이 중국의 입지를 보여줄 수 있는 행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중국 경제에 선순환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7%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증시 폭락과 경제지표 부진 등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증시는 10% 가깝게 빠지면서 글로벌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뿐만 아니라 자국 통화인 위안화 가치를 예고없이 평가 절하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전쟁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제조업 지표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영국 마르키트이코노믹스가 집계한 8월 차이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7.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징 싼리툰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앤디 호로비츠 씨는 “(예행 연습이 열린 토요일) 매출은 평소의 3 분의 1 또는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언급하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