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주식을 처분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리스크 헤지 차원이라는 설명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시장으로 추세적인 이동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국내증시가 PBR 1을 밑도는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8월 들어 2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내다 판 주식은 총 4조 329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4248억원, 2조8546억원 순매수했다.
문제는 국내증시가 반등에 성공하며 패닉을 극복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매도행렬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지수는 북한리스크 해소와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에 지난 25일부터 3일 연속 올랐다. 1840선까지 주저앉았던 지수는 1900선에 재진입했고 대외불안에 급격하게 흔들렸던 투자심리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같은 반등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16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며 코스피가 바닥을 치며 올라온 25∼27일에도 1조4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 엑소더스가 국내증시가 반등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고 설명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풋옵션을 순매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지수가 빠질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상승 여력도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지수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해도 위로 끌어줄 수 있는 모멘텀이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반등 탄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데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란 목소리가 크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경우 매도세로 보면 대만이 더 많이 팔고 있는데 내달 19일 FOMC 앞두고 현금 비중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보여진다”며 “환차손을 회피하려는 심리와 큰 이벤트 앞두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금리인하로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의 경기둔화우려가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과거의 트라우마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흥국 통화는 연초 이후 10% 넘게 하락한 가운데 위험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이 축소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증시가 PBR 1을 밑도는 저평가 영역에 지속적으로 머물 수 밖에 없다.
지난 24일 골드만삭스는 한국시장에 대해 투자비중을 매수(Overweight)에서 중립(Marketweight)으로 하향조정했다. 메릴린치는 지난 5월 국내 증시에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신흥국에서 지난 5월까지 순매수 기조를 외국인은 6월부터 국내뿐만 아니라 대만,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전체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금리 인상까지는 이어진다고 예측했었는데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강한 모멘텀으로 중국 경기가 돌아선다면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하면 굳이 신흥국 주식을 살 필요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관련 리스크가 자꾸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 전반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선진국과 이머징간에 자산배분상 현재 매도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희진기자heejin@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