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중국이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44 대 40, 4표차로 따돌리면서 2022년 동계올림픽의 최종 개최도시로 선정되었다. 베이징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최초의 도시가 되었으며,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에 이어 아시아 3회 연속 올림픽 개최를 실현시킨 또 다른 ‘최초’ 역사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미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세계 2강을 구축할 정도로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금번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문화 강국으로의 발돋움을 꾀하는 듯하다.
유치위원회의 부회장이자 올림픽 협력도시인 장자커우시의 관계자 장춘생은 “중국에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은 여가활동을 위한 시간과 돈, 그리고 욕구를 가지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급증하는 중산층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2008년 하계올림픽이 중국의 발전상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한 국가적 염원이었다면, 2022년 동계올림픽은 균형적 발전과 삶의 질 제고 등 중국 내 현안에 대한 내실다지기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중국 정부는 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440억 달러를 지출했다. 우리돈으로 5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예산이 최초 8조8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증액되면서 국내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음을 감안할 때, 이 금액이 얼마나 큰지 쉽게 실감나지 않는다.
“우리는 독보적인 발전의 기회를 창출해 낼 것입니다. 이는 단지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닌, 세계를 위한 것이며 동계스포츠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류엔둥 부총리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이는 마치 대대적 예산투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결연한 의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이 과연 동계올림픽에도 2008년과 같은 막대한 금액을 지출할 수 있을까?
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2015년 7월 31일에서 불과 며칠이 지난 8월 11일,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가치를 기습적으로 1.86% 하락시켰다. 이어 다음 날도 1.62% 전격 하락시켜, 3일 동안 달러 대비 위안화의 가치를 무려 4.66% 절하시켰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부양조치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경제 파탄의 신호탄이라고 우려한다. 국내경제 역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위안화가 절하되는 동안 증시는 1960선까지 밀렸고, 원·달러 환률 역시 급락했다. 결국 중국경제 위기의 시작은 세계경제 동반위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경제위기에서 중국은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굳이 중국 정부의 비딩자료에 명시되어 있는 39억 달러(약 5조원·장자커우시에 투자되는 SOC 및 초고속열차 확충금액 제외)의 예산을 언급하지 않아도, 하계올림픽만큼의 예산 사용은 불가능할 것이 명확하다. 뿐만 아니라 벌써부터 베이징시의 공기오염과 함께, 옌칭에 들어설 알파인 스키장의 인공눈 사용 및 구체적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슬라이딩 센터는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불확실성, 환경적 문제, 시설과 장소의 비적합성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정선알파인스키장과 함께, 아시아권에서는 선수층이 전무하다시피 한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경기가 열리는 평창슬라이딩 센터는 중국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해 볼 수 있다. 마침 옌칭에서는 알파인스키와 썰매경기 단 두 종목만 열리며 신규 건축될 이 두 종목의 시설은 여러 가지로 문젯거리인 상황이다. 중국과의 협력은 2회 연속 아시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인 것은 물론, 국민적 정서 차원에서도 용납되지 않았던 일본과의 분산 개최안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4년 앞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여러모로 중국의 참고 대상이자 도움이 될 것이다. 비단 단순한 경기장 협력뿐만 아니라, 중국의 어려움을 도우면서도 한국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