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맏형' 타이틀 버거운 산업은행…255곳 중 성공사례 9개

입력 2015-08-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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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맏형 산업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실사 결과가 나오면 산은은 결과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려를 잠재울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책임에 대해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진이 바뀐 이후 3조원 규모의 부실이 발견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은은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이후 구조조정보다 배당을 받기 바빴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은은 2003년 대우조선해양에서 284억원의 첫 배당을 받은 이후 2008년 최고 980억원을 챙기는 등 12년간 모두 4600억원을 받았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산은은 경영과 소유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수천억원의 배당까지 받은 상황에서 부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번 사태는 그동안 산은에 쌓였던 문제가 한번에 터져 나온 것으로 보고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산은은 정치와 분리되지 못한 채 정확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산은의 최대주주는 100% 지분을 가진 정부다. 이에 따라 산은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출자전환 등으로 확보한 자회사 경영권 매각부터 사장 인사까지 정부를 살펴야 한다. 또 산은의 예산과 인사문제 역시 정권에 따라 움직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이 지휘하는 국내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은 시장의 논리보다 정치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

정부는 기업이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산은은 눈치를 본다. 따라서 지원을 해선 안 되는 기업에 추가자금을 내주고 특정 인사를 겨냥해 회사를 매각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관계자는 "산은은 시장보다 정권을 살피는 것이 편한 입장"이라며 "산은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이나 M&A는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도, 접근하기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시장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도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세계 유수의 기업이 휘청거렸다. 국내 기업도 타격을 받았지만 산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부주도하에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산은은 리스크에 선제로 대응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민영화가 사실상 물 건너가자 건설·조선·철강 등 국내 경기를 지탱하던 회사들이 산은을 찾아왔다.

그러자 이번엔 산은에 과부하가 걸렸다.

STX와 동부그룹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제외하고도 구조조정실에 6개 팀이 꾸려졌지만 인력은 부족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산은이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지원한 기업은 모두 255곳이다. 이 중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진 곳은 팬오션 등 9개에 불과하다.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기업들은 이미 산업자체의 불황으로 손 쓸 수 없이 망가진 상태로 산은을 찾았다.

채권단 회의를 거쳐 채무를 동결해봐도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산은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급한 상황임에도 즉각적인 구조조정은 논의되지 못했다. 모든 채권단을 한 자리에 모으기도 어려운 것이 이유다.

금호산업의 경우 매각을 위해 50개의 채권단이 회의를 해야 했다. 6개의 채권단운영위원회를 꾸렸지만 이들끼리 매각가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결국, 모든 채권단이 모여 원점에서 다시 매각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산은의 역할을 강조하고 새로운 모델의 구조조정 방식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치용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문성 확보를 위해 파산법원이 설립돼야 한다"며 "기업 신용위험평가 시스템을 개선한 신규자금지원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청룡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정보공개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통해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키워야 한다"며 "회생 절차 종결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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