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글로벌 환율전쟁의 가능성도 야기되고 있지만 낙관론만 피력한 정부 탓에 금융권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를 1.86% 인하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도 위안화 가치를 1.62% 내렸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양상이다. 실제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8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11.7원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 4일(1194.0)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전일에도 15.9원 올라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도 이틀째 기습적인 위안화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1.18포인트(0.53%) 하락한 1975.47로 마감해 5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 또한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이러가면서 15.06포인트(2.06%) 하락한 717.2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또한 전날 이미 각각 0.82%, 1.89% 하락한 바 있어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한 번 타격을 받은 셈이다.
이같이 중국발 환율전쟁에 우리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장밋빛 낙관론만 피력하는 양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실제로 중국의 수출 증가가 나타난다면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이 중간재가 대부분인 만큼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완제품 경쟁 관계가 많지 않고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 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 또한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한 모니터링에 국한돼 뚜렷한 조치를 선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반면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 부총리가 언급한 수출 낙관론에 대해 한 전문가는 “중국 제품의 품질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을 하는 품목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이번 위안화 절하로 되려 우리 수출의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미 수출 감소로 ‘불황형 흑자’ 구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對) 중국 수출의 타격도 상당해 한국 경제에 부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인의 구매력도 줄어들어 ‘중국 특수’를 누렸던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추가로 추진하면 아시아 금융시장에 패닉이 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미 금융권에선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중국경제의 위기로 받아들여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본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의 낙폭을 주도했던 원인이 외국인 자본의 대거 이탈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앞서 방심 끝에 금융위기를 불러온 선례를 고려하더라도 정부는 시장에 낙관론을 피력하기보다는 환율전쟁의 대책을 강구하는 등 한발 앞서 나가는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