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 산유량 급증…OPEC, 유가 배럴당 30달러선으로 밀고 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7월 산유량이 3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석유 매장량 4위인 이란이 원유시장에 복귀하기도 전에 산유량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고 있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OPEC은 11일(현지시간)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지난달 12개 회원국의 산유량이 전월 대비 하루 10만1000배럴 증가한 3150만 배럴에 달해 201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지난달 산유량이 1년래 최대폭으로 감소하고 이란산 원유가 본격적으로 풀리기 전임에도 산유량이 3년래 최고 수준에 달했단 점에서 주목된다.
CNBC는 “OEPC 산유량이 늘어난 것은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고 지난달 12일 핵협상 타결로 이란이 증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핵협상 타결로 원유 시장 복귀를 앞둔 이란은 꾸준한 원유 생산량 증가로 7월 산유량이 전월보다 3만2000배럴 증가한 286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2012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7월에는 대(對) 이란 경제제재가 강화된 바 있다.
이라크도 최근 재정난을 극복하고자 산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달 이라크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전달보다 4만6700배럴 증가한 410만 배럴로 집계됐다.
OPEC 비(非)회원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전망도 시장 내 공급 과잉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OPEC은 보고서에서 중국, 콜롬비아, 러시아, 미국 등 OPEC 비회원국의 내년 산유량이 하루 평균 30만 배럴 늘어난 577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축소됨에도 미국 원유생산량은 40년간 최고치에 근접했다”며 “미국은 비용 효율화, 낮은 세금, 생산계획의 지속 등으로 산유량을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88달러(4.2%) 빠진 배럴당 43.08달러로 마감하며 2009년 2월 이후 6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도 1.25달러(2.42%) 하락한 배럴당 49.19달러를 기록해 다시 50달러선이 붕괴됐다.
이날 시장엔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라는 큰 악재가 있었지만 공급 과잉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비하면 영향은 미미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OPEC이 저유가에도 지속적으로 공급을 확대해 WTI 가격을 배럴당 30달러선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OPEC이 미국 석유와 셰일오일 업체를 겨냥해 공격적으로 산유량을 늘리는 것이 유가를 직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게인캐피탈의 존 킬도프는 “시장 내 수급 불균형 현상이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유가의 주요 지지선은 배럴당 42.03달러이며 이 선이 무너지면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밀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