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역사를 낳는다-세계 여성박물관 현지 취재] <5> 미국 여성 명예의 전당

입력 2015-08-11 13:16수정 2015-09-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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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ㆍ오프라 윈프리 등 美 각계 여성리더 260명 헌액

미국 여성운동 발상지 세니커폴스에서 1969년 주민들 손으로 세워

'가장 오래된 여성박물관' 자부심…미국사회 여성리더십 상징 명소

▲‘미국 여성 명예의 전당(NWHF)’에는 소설가 펄 벅 여사,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 등 각 분야의 여성 리더 260여 명이 헌액돼 있다.

미국은 박물관을 잘 만드는 나라다. 미국인들은 역사 보전에 민감하고 활발하며 미국 여성들은 박물관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를 사들여 ‘마운트 버논 박물관’을 만든 것도 버지니아주 여성들이 한 일이다.

여성 관련 박물관도 많다. 개인이나 주정부 차원에서 건립한 여성박물관은 저마다 유래와 성격이 독특하다. 뉴욕주 서북부의 세니커폴스(Seneca Falls)에 있는 ‘미국 여성 명예의 전당(the National Women’s Hall of Fame, NWHF)처럼 여성 리더들을 헌액하고 현창하는 곳도 있다. NWHF(http://www.womenofthehall.org/)는 1969년 이곳 주민들이 설립한 미국 최고(最古)의 여성박물관이다. 작품 전시가 아닌 위대한 여성에 대한 헌액을 통해 미국의 대표적 여성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세니커폴스는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튼 등 주민 300여 명이 1848년 미국 최초의 여성권리 회의를 개최했던 곳. 세니커폴스 중심부가 역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여성운동에서 중요한 곳인데, 지역의 역사성을 잘 살린 이 박물관의 위상은 특별하다.

여성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 의미를 되새기고 여성의 권리와 리더십을 찾는 것이 기본 목표다.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정치인을 포함해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코니 정, 소설가 펄 S. 벅, 배우 앤 밴크로프트, 메릴 스트립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들을 매년 선정해 헌액하고 있다. 올해에는 수전 G. 코멘 유방암재단을 설립한 낸시 브린커를 비롯한 10명이 추가되는 등 260여 명의 여성 리더가 NWHF에 등재돼 있다.

▲미국 뉴욕주 세니커폴스에 위치한 ‘美 여성 명예의 전당’ 입구 모습.
NWHF는 순수 비영리기관이다.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 필요하면 정부가 할당한 기금을 중심으로 지원을 요청하지만, 정부는 박물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지출비용은 인건비가 대부분이다. 입장권 판매 등을 포함한 매출은 50만 달러 정도로, 장부상 적자는 보지 않고 있다. 성인 기준 관람료가 3달러이며, 연 1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 관람객 집계에는 기존 회원들도 포함된다. 2013년 기준 순자산은 11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정기적인 기부자들은 100명이 조금 넘는다. 그 밖에도 연 15달러를 내는 학생 회원과 25달러의 회비를 납부하는 개인회원들이 많다. 평생회원들은 회비 5000달러를 낸다. 코닝과 듀크에너지, 맥킨지-차일드, 컴캐스트, 밀러쿠어스, PG&E, 제록스 등 기업들도 박물관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상주직원은 정직원과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10명 정도로 많지 않지만, 지역사회와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질 S. 티즌(Jilll S. Tietjen) NWHF의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사박물관을 이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세니커폴스는 미국 여성권리 운동의 발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지역의 중심에 있는 우리 박물관은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박물관이며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성사는 물론 여성 리더십을 상징하는 명소로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입니다.”

현재는 박물관의 확장 이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70년 역사의 세니커방직공장 건물을 개조해 센터를 만들고 있다. 2016년 입주를 시작해 2018년에는 확장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여성이 역사를 낳는다-세계 여성박물관 현지 취재] <5> 인터뷰-'NWHF' 질 S 티즌 CEO

"여권신장ㆍ역사발전에 기여한 인사들 업적 기려"

티즌 CEO는 경력이 독특하다. 전기공학업계에 종사하다 여성박물관의 책임자가 됐다. 버지니아대학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38년간 듀크와 모빌오일 등 에너지 및 유틸리티업계에 몸담으며, 공공유틸리티위원회 등 정부 기관에서 자문가로 활동했다.

그는 엔지니어링업계에서 여성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한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서문을 담당한 저서 ‘그녀의 이야기: 미국을 바꾼 여성 연대표(Her Story: A Timeline of the Women Who Changed America)’로 여성사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성과 관련한 저서만 14권에 달한다.

현재 엔지니어링 컨설팅 서비스기관인 ‘테크니컬리 스피킹’의 CEO를 겸임하면서 콜로라도대학에서 ‘엔지니어링업계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 자문을 맡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블로그를 통해서는 여성사 이슈와 박물관 운영에 대한 집필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NWHF의 특징은.

“세니커폴스는 미국 여성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도심 전체가 역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특히 정부나 기관이 아닌 주민들이 박물관 건립을 주도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전 분야의 여성 리더들을 헌액하고 있다. 선정 기준은.

“여성의 권리는 물론 미국 역사 발전에 기여한 여성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리더를 선정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유명 정치인과 예술가 등이 헌액 기념식에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NWHF의 설립 당시는 미국에서 여성의 권리와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 고취되기 시작한 시절이다. 미국 여성사를 거론할 때 빠질 수 없을 정도로 NWHF의 위상이 높다고 자부한다.”

△허핑턴포스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여성의 권리는 여성이 찾아야 한다. 여성사의 중요성은 물론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 정치, 문화, 사회적으로 여전히 ‘유리천장’은 존재한다.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찾고,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 리더의 업적을 기리고 그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것은 필수다. 미국의 성장을 이끌고 여성사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여성에 대한 헌액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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