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조성택 외 2인, ‘부처’

입력 2015-08-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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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불교에서 답을 찾다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걸출한 현자들의 진리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2010년에 설립된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는 예수, 부처, 공자, 마호메트 등 16인을 선택해 흥미로운 기획물을 마련했다. 일반인들이 갖는 핵심적인 질문을 준비한 다음, 이들 질문에 대해 국내의 전문가들이 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생교과서’라는 이름이 붙여진 기획물의 2권은 ‘부처’다. 조성택 교수(고려대 철학과), 미산 스님 그리고 김홍근 박사(성천문화재단)는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평상심이란 무엇인가, 신에 대한 믿음은 필요한가, 죄는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는가 등 36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해하기 힘든 불교 경전들을 읽지 않더라도 불교의 핵심 메시지를 쉽게 배울 수 있다. 또한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불교는 어떤 가르침을 전하는가를 알 수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불교적 의미의 참된 삶은 ‘인생은 곧 수행’이라는 자각을 뜻한다. 여기서 수행이란 ‘자기의 변화’, 즉 도덕적 향상을 의미하며, 내면의 도덕적 가치로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는 일을 말한다. 마음을 수행하는 방법은 ‘계(戒), 정(定), 혜(慧)’라는 세 단계가 있는데, 각각 윤리적 삶, 명상 그리고 지혜를 뜻한다. 초기 경전들은 계를 지키는 공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계를 지키며 윤리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우선 타인과 세상에 대해 두려움이 없게 되며 안으로는 스스로 ‘떳떳한’ 즐거움을 누린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붓다는 행복을 크게 세간의 행복과 출세간의 행복으로 나눈다. 세간의 행복은 현세적 행복으로, 기본 욕구의 충족과 함께 어진 사람이나 존경스러운 사람과 함께 하면서 덕행을 쌓고 가족을 잘 돌보는 데서 누리는 소박한 행복을 말한다. 출세간의 행복은 소박한 행복을 넘어서 상대적 대립이 사라진 열반의 행복을 말한다. 현세적 행복에 대한 조언은 이렇다. “자기계발을 위한 다양한 학문과 예능을 습득하고 계율과 규범을 잘 준수해 고귀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어 삶의 참된 가치관을 정립한다.” 반면에 천상의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삼매(三昧) 수행을 권한다. 이는 선한 마음을 바탕으로 몸과 말의 뜻으로 열 가지 선업을 닦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신에 대한 믿음은 필요한가. 불교는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할 뿐 신에 대한 의존을 부인한다. “나 밖의 초월적 실재, 그것이 인격 신이든, 비인격적 실재이든 절대자의 존재를 부정할 뿐 아니라 내 안의 절대적 실체로서 아트만의 존재 또한 부정한다.” 불교는 ‘깨친 자’, 즉 석가모니 붓다의 수행과 깨달음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으며, 불교에서 구원은 신의 계시나 은총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수행에 의한 깨달음을 얻는 것을 말한다.

초기 불교에서 믿음의 내용이 주로 붓다의 가르침, 즉 종교법에 관한 것이었다면 대승불교에서는 믿음의 내용이 전환하게 된다. 대승불교에서 믿음의 대상을 강조하는 것은 ‘진여’와 ‘일심’ 등으로 표현되는 ‘법 그 자체’이다. 여기서 ‘법’은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궁극적 실재로 대승불교 특유의 일원론적 사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승불교의 궁극적 실재에 대한 믿음은 유일신 전통에서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연상할 정도로 강력하고 절대적이다. 따라서 초기 불교에서는 역사적 인물인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승불교에는 내 안의 붓다에 집중하게 된다.

진리란 무엇인가. 붓다는 자신의 가르침을 진리라 하지 않았으며 불교는 진리가 아니라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불교는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으며 불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현대인들에게 불교가 전하는 진리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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