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3000억 투입한 천연물 신약 연구…실적은 전무

안전성·유효성 평가 제도개선 분야 실제 투자액 9000만원에 불과…국제적으로 허가 품목 ‘0’

정부가 지난 14년간 3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며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제품화로 연결된 성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제약업계 및 감사원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제1차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촉진계획이 수립된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사업에 3092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자했다. 이중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1375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총 208개의 기초연구과제 지원에 투자됐음에도 제품화로 연결된 성과가 전혀 없었다.

또 연구개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지원금액 1억원 이하인 과제도 전체의 25%(53개 과제)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서 허가를 받은 8개의 천연물 신약은 개별 기업이 기초연구를 진행한 뒤 임상연구 지원을 통해 제품화로 연결됐는데, 제약회사에서 1개의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는데 기초연구 분야에 최소 2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103개 과제들에 대한 지원규모가 전체 지원금액의 10% 수준인 132억원에 그치고 있어, 학계를 대상으로 ‘나눠주기’ 식으로 정부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글로벌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안전성·유효성 평가 제도개선 분야에 대한 실제 투자액은 지난 14년간 9000만원에 불과, 정부는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안전성·유효성 평가 제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서 허가받은 8개 천연물 신약 중 국제적으로 허가를 받은 약품은 단 1개도 없는 실정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많은 제약사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천연물 신약에 관심을 보이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천억원의 돈을 투입하면서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관련 정책에 대한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사업 추진실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기초연구 분야의 성과가 제품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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