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의원수 증원 둘러싼 복잡한 셈법

입력 2015-08-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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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례대표를 줄이더라도 국회의원 정수(300명)는 유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혁신위의 초점은 기득권 구조 해체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에 있을 뿐 의원 수 증가에 있지는 않다”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 여론 뒤에 숨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비례대표 의원을 줄이는 대신 현행 국회의원 수를 유지하자는 김무성 대표의 말은 ‘기득권 지키기’라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을 요약해 볼 때 새누리당은 기존 의원 수는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원을 줄이고 지역구 의원을 늘리자는 입장이고,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국민적 여론을 팔며, 자신들이 진정한 정치 개혁의 입장에 서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양당의 주장은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룰을 적용하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우선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 의원을 늘리면, 얼핏 국민적 감정에 잘 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렇게 될 경우 자신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게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한 비례대표 수를 줄이자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맞지 않다. 사회가 분화될수록 다양한 직능 대표성이 요구되게 마련인데, 바로 이런 직능 대표성을 국회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가 비례대표이기에 비례대표는 이론적으로는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이고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틀린 주장이자, 시대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의 주장처럼 권역별 비례대표는 좋은 제도일까. 만일 새정치연합이 말하는 권역별 비례대표가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의미한다면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실시할 경우 지역 간의 정당 독식 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군소 정당의 제도정치권의 진입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이론적이다. 이론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이 제도를 실시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수가 총선마다 다를 수 있고, 의석 배분을 위한 방정식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고차 방정식의 종류가 하나면 괜찮을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예를 들어 19대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이었는데, 20대 국회에서는 320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할 때 어떤 수식을 적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도 필요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다. 바로 비례대표 문제다.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각 정당마다 비례대표 리스트는 작성해야 한다. 여기서 만일 현행 방식대로 비례대표를 선정한다면 당 대표나 일부 지도부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노릇만 할 따름일 것이다. 더욱이 독일의 경우를 보면, 지역구 출마자들 중 상당수가 비례대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이는 국회의원 정원의 큰 폭의 변화를 막기 위한 조치인데, 어쨌든 이렇게 되면 국회에서의 직능대표성 강화와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모든 정치적 폐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야당의 입장에선 비례대표 공천 시스템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이후 권역별이든 비례대표 증원이든 주장했다면 지금과 같은 여론의 반발을 겪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행 비례대표 공천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새누리당의 주장은 이론적으로 틀리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틀렸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고, 새정치연합의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양당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개혁’이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이제 이런 가식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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