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8월 5일 軒軒丈夫(헌헌장부) 외모가 준수하고 풍채가 멋진 남자

입력 2015-08-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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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은 신장이 팔척이요, 얼굴은 관옥 같고 머리에는 윤건을 쓰고 학창의를 입었다. 외모가 준수하고 풍채가 멋진 남자를 헌헌장부(軒軒丈夫)라고 하는데, 이게 바로 헌헌장부의 모습이 아닐까. 관옥(冠玉)은 구멍을 뚫은 짧은 대롱 모양의 구슬이지만,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유하는 단어로 정착됐다. 1840년경 남영로(南永魯)가 지은 영웅소설 ‘옥루몽(玉樓夢)’의 주인공 양창곡도 관옥 같은 풍채와 빼어난 기상을 지닌 풍류호걸이다.

헌(軒)은 원래 높고 활짝 트인 장소에 경치를 볼 수 있게 지은 건물이다. 추녀, 집, 처마, 수레라는 뜻 외에 ‘솟아오르는 모양, 춤추는 모양’ 등을 나타낸다. 솟아오르는 것은 남보다 출중한 모습이니 헌거롭다, 헌걸차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건물에서 유래된 말에는 헌헌 외에 정정이나 당당도 있다. 정(亭)은 쉬어 가는 공간인데, 정정(亭亭)은 노인이 허리가 굽지 않고 꼿꼿한 모양을 나타내는 단어다. 당은 터를 높이 돋우어 지은 집이니 당당(堂堂)한 것은 자신감 있고 우뚝한 모양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 김여중(金汝重·1556~1630)의 호가 바로 헌헌헌(軒軒軒)이며 시문집이 헌헌헌문집이다. 사가정(四佳亭)이라는 호를 썼던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별호는 정정정(亭亭亭)이었다. 당당당(堂堂堂)이라는 호를 쓴 분도 있을 텐데 찾지 못했다.

옛날에 중국의 어떤 사람이 집 이름을 당당당(堂堂堂), ‘당당한 집’이라고 짓자 이웃 사람이 ‘정정한 정자’라는 뜻으로 정정정(亭亭亭)이라고 정자 이름을 붙였다. 그러자 옆집 사람이 질세라 헌헌헌(軒軒軒)이라고 현판을 달았다. ‘늠름한 집’이라는 의미였다. 이를 본 어떤 사람이 루루루(樓樓樓)라고 누각의 이름을 지었는데, 루루(樓樓)라는 말은 없어서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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