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상장 위한 담당부서 신설외형요건 폐지질적심사는 세분화성장력 있는 적자기업에도 문호개방코스피ㆍ코스닥 상승 기류에 ‘날개’작년보다 상장사 3배 … IPO 러시
올 들어 한국거래소 상장심사위원회가 바빠졌다. 올 초부터 7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곳, 41곳이 신규로 상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2곳, 11곳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났고, 코스닥지수도 연일 고점을 경신하자 상장 열기도 뜨거워졌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적극적으로 상장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았고, IPO(기업공개)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 이유 있는 상장 유치…증시활성화+벤처투자 두 마리 토끼 잡나 = 최경수 이사장은 1월에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소의 2015년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코스피시장 20개, 코스닥시장 100개, 코넥스 시장 50개 등 최소 170개 기업을 신규 상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최 이사장은 올해 1월 투자은행 대표 20여명과 현장 간담회를 가진 후 벤처투자업계 대표 20여명, 비상장기업 등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상장 유치에 나섰다.
최 이사장이 ‘상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던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최 이사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에도 상장활성화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중 유휴자금을 산업자본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거래소가 ‘상장’을 통해 그리는 그림은 단지 국내 증시 활성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모험자본을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다. 거래소가 꾸준히 코넥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벤처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IB 관계자는 “상장심사 기준 등 상장 조건을 완화하는 정책은 벤처업계에 유리하다”며 “VC(벤처캐피탈)이 주로 IPO를 통해 엑시트를 하기 때문에 상장이 쉬워지면 결과적으로 펀딩에 나서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 “드루와~ 드루와!”…코스닥 신규 상장 심사 기준 ↓= 상장유치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단연 코스닥시장본부다.
올 초 거래소가 실시한 조직 개편을 들여다보면 상장 관련 부서에 힘을 실어줬음을 알 수 있다. 상장유치부 소속 팀이 늘었고 ‘기술기업상장부’가 새로 신설됐다.
기술기업상장부는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부서다. 전문평가기관 중 2개 기관의 기술평가 결과가 일정등급 이상일 경우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영성과, 이익규모 및 매출액 등 일부 요건이 면제되며, 자기자본 기준도 일반기업(30억원 이상), 벤처기업(15억원)보다 낮은 10억원으로 완화된다.
이미 상반기에 코아스템, 제노포커스 등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종목코드를 받았다.
또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도 개정했다. 지난 7월 15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은 질적심사기준을 항목별로 세분화하고 중점 심사사항을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 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시 공익 및 투자자보호를 위한 심사에 집중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질적심사기준은 크게 △기업의 계속성 △경영투명성 및 경영안정성 △투자자보호 및 시장 발전 항목으로 나뉜다.
거래소는 기존 상장심사지침 및 우회상장심사지침의 질적심사 가이드라인을 합치고, 중점심사사항 내용을 구체화했다. 가령, 기업 계속성 심사 요건 중 영업상황에 대해 ‘현저히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은 ‘과거 매출액 및 이익의 변동요인, 향후 매출액 및 이익 변동 가능성’ 등으로 변경됐다.
그 동안 상장심사와 관련해 과도한 서류제출과 자의적인 실질심사가 상장 부담요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현장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상장기준을 낮추되 구체적으로 심사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 최경수 이사장 “적자기업 상장요건도 낮춰라” = 하반기(7∼12월)에도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은 중견기업의 상장요건 완화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3일 하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성과 기술력이 뒷받침되면 지금 당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적자기업도 국내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문호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2000억원이상인 기업 등을 제외하면 적자상태에서 코스닥시장에 상장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기술력이 있고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변광덕 거래소 상장제도 팀장은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적자 상장이라고 해도 외부 투자를 받는 등 성장잠재력 보유한 곳은 상장시키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부실화된 기업이 상장할 수 없도록 적절한 평가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와 벤처업계는 거래소의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장 요건을 완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코스닥시장이 상장 기준을 적절하게 잡아 2000년대 초반보다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본다”며 “코스닥 상장심사는 상장할 자격이 없는 기업을 거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상장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