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출신의 건강한 영국 70대 여성이 "늙는 것이 끔찍하다"며 안락사를 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런던 북부에 사는 질 패러우(75)가 지난달 21일 스위스 바젤의 한 안락사 지원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 출신으로, 노인 돌보는 법에 대한 2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던 패러우는 일터에서 수많은 노인들을 보면서 이 같은 말년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러우는 사망 전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늙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이를 먹는 게 즐겁지 않다”며 “(늙는 것은) 의기소침하고 슬프다. 우리는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만, 대체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패러우는 스위스로 가기 전에 두 자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으며, 스위스에는 남편과 동행해 라인강변에서 조용히 마지막 만찬을 함께 즐겼다. 장례식 준비도 스스로 모두 마쳤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영국의 랭카스터에 사는 제프리 스펙터(54)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한 병원에서 안락사했다.
그의 죽음이 시선을 끈 이유는 그가 사망 당시 당장 죽음에 이를 상황은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숨을 거두기 몇 시간 전에 촬영한 동영상에서 "내 병이 한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느끼고 있고 상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면서도 "내가 성급하게 행동한 측면도 있다"며 죽음이 임박한 상황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이게 우리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락사가 금지된 영국에서는 최근 패러우처럼 안락사와 안락사 지원이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 스위스에서 안락사한 611명 가운데 5분의 1은 영국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