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특혜 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1일 서울 중구 통일로 농협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29일 리솜리조트, 30일 H건축사무소에 이어 3일 연속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31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통일로에 위치한 농협 본점에 수사관 3명을 보내 기업 여신심사 자료와 대출 심사위원회 회의 자료, 관련 규정집 등을 확보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통상적인 방법과 달랐다. 검찰은 먼저 농협 측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한 뒤 현장에서 영장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갔다. 요청한 자료 대부분은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된 리솜리조트 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29일 서울 논현동 리솜리조트 그룹 본사와 계열사 4곳 등 총 5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했다. 리솜리조트 그룹은 10년 전부터 경영 상황이 악화해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최근까지 1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튿날 검찰은 H 건축사 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H 건축사 사무소 등은 하나로마트 등 농협중앙회가 담당하는 유통시설의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등의 사업을 진행한 업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대금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전 정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포항 동지상고) 출신으로 전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최 회장을 거쳐 전 정권 주요 인사들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