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30일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는 하지 못한 채 일본어로만 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저녁 KBS와의 인터뷰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일본어로 밝혔다.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일본에서만 살아온 신 전 부회장이 한국어에 서툴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내 방송에 이런 모습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신 전 부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이긴 하지만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한국인인데다 롯데그룹이 한일 양국에서 사업을 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신 전 부회장의 한국어 실력은 의외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근무 경력이 매우 짧고 대부분 일본 롯데에서 직책을 맡아왔기 때문에 한국어 실력을 키울만한 동기나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던 탓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신 전 부회장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가 한국 국적을 갖고도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 기사 댓글을 통해 "한국말을 못하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밝혔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말이 안 된다는 건데 롯데가 갑자기 먼 나라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과 한 살 터울의 동생 신동빈 회장의 경우 아주 능숙하지는 않지만 한국어를 이용한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신 회장 역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줄곧 한국 내 계열사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다만, 오랜 일본 생활로 인해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 일본식 억양이 묻어나거나 영어 발음을 일본식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평상시 자주 하는 대화는 한국말로 할 수 있지만 중요한 의사 전달·표현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인이 한국어를 100 정도 구사한다면 신 회장은 60 정도 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한·일 양국에 걸쳐 있는 롯데일가의 복잡한 가계도가 조명을 받는 가운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두 형제의 한국어 실력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형국이다.
한때 한일 이중국적자였던 신동주·동빈 형제는 현재 한국 단일 국적으로 정리한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의 부인은 재미동포 사업가의 딸 조은주 씨이고 신 회장의 부인은 일본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大成) 건설 부회장의 차녀인 오고 마나미(大鄕眞奈美 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식 이름은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의 성을 딴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 신동빈 회장의 일본식 이름은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의 경우 일본 내 활동이 더 활발한 만큼 시게미쓰 히로유키라는 일본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신 총괄회장도 일본에서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란 이름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