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무슨일이] 신격호 노년의 삶이 유난히 쓸쓸한 이유… 대이은 형제다툼

입력 2015-07-30 14:01수정 2015-07-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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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과 교류 없어 ‘금이간 형제 갈등’… 두 아들 다툼 끝으로 쓸쓸히 퇴장

(사진제공=이투데이DB)

고령의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 회장의 노년이 쓸쓸하기 그지없다. 한국과 일본, 두나라에 재벌을 설립한 신 총괄회장은 그의 나이 만큼이나 삶도 파란만장하다.

껌 하나로 시작해 한국 재벌 5위의 롯데그룹을 일군 신 총괄 회장은 5남 5녀 중 맏이로, 남동생들을 모두 경영에 참여시켰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동생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현재 얼굴도 보지 않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롯데가(家)의 아픔은 대를 이어가고 있다. 구순의 나이에 이제는 아들 형제의 다툼까지 지켜보게 됐다.

(연합뉴스)

◇갖은 갈등으로 동생들 모두 분가… 굳건했던 신격호 ‘1세대 기업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다툼인 ‘왕자의 난’은 과거에도 똑같이 재현됐다.

1922년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남동생을 모두 경영에 참여시켰다. 그러나 크고 잦은 분쟁이 이어지면서 동생들은 모두 분가(分家)했다. 남동생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다.

우선 바로 아래 동생인 신철호 전 롯데사장은 1958년 신 총괄회장이 국내에 없는 틈을 타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롯데를 인수하려다 발각돼 구속됏다. 이후 신격호 회장과 틀어진 그는 작은 제과 회사를 차려 독립했고, 지금은 고인이 됐다.

신격호 회장은 3남 신춘호 회장과 현재 전혀 교류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씨는 ‘라면’이었다. 신춘호 회장은 일본 ㈜롯데 이사로 재직하던 1960년대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라면 사업을 시작했다. 1965년 아예 ‘롯데공업’을 차리며 기존 롯데의 라면 사업과 경쟁을 벌이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신춘호 회장은 롯데공업을 농심으로 개명하면서 롯데 이름을 포기했다.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은 깊어 신춘호 회장은 아직까지 부친 제사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롯데제과ㆍ롯데칠성ㆍ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두루 거쳤고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운영본부의 부회장을 맡는 등 사실상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한국 롯데 경영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다.

그러나 지난 1996년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정 소송을 치르며 사이가 벌어졌다. 이후 그는 그룹의 요직에서 밀려났고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된 롯데우유 회장으로 취임했다. 롯데우유는 ‘롯데’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에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면서 롯데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신 총괄회장은 24살 차이나는 막내 여동생 부부와도 갈등의 골이 깊다. 막내 매제인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과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부부를 상대로 샤롯데 엠블럼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갈등을 겪었다. 특히 롯데그룹이 2007년 롯데JTB를 설립하면서 관광업에 진출해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그래도 신격호 회장은 굳건했다. 롯데알미늄(1970년), 호텔롯데(1973년), 롯데칠성음료(1974년), 호남석유화학(1979년), 롯데쇼핑(1979년) 등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회사를 설립하면서 롯데그룹을 재벌 5위 그룹으로 성장시키며 한국 재계의 1세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롯데의 신격호(오른쪽에서 2번째) 총괄회장이 지난 5월 22일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현지시간) 신격호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권한을 반납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전했다. 뉴시스

◇파란만장한 삶 만큼이나 쓸쓸한 강제 퇴진= 아버지 형제들의 갈등은 자식에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신동빈ㆍ신동주 형제는 신격호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친형제다.

일본 명문인 아오야마가쿠인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롯데 바깥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하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후 1978년 미쓰비시상사에 평사원으로 들어가 10년을 근무했다. 이후 일본 롯데상사 미국 지사장을 거쳐 2009년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다. 차남인 신 회장도 형과 같은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마친 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비슷한 길을 걸어왔음에도 두 사람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신 전 부회장은 성격이 비교적 차분하고 신중한 반면 신 회장은 일단 결정을 내리면 적극적으로 밑어붙이는 과감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비슷한 행보를 걸어온 두 형제의 갈등은 2013년부터 조짐이 보였다. 2013년 8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제과 등 계열사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1년여 후인 지난해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계열사의 각종 직책에서 물러난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이사회를 열고 그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이다. 8개월여 만에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취임하면서 한ㆍ일 롯데의 신동빈 원톱체제가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왕자의 난’이 발생하며 두 형제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창업주 신격호 회장도 두 아들간 다툼은 어쩌지 못했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직접 찾으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던 신 총괄회장은 지난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해임되면서 쓸쓸히 퇴장했다.

올해 1월초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경질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7일 아버지를 앞세워 동생(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허를 찔렀고, 다음날 신동빈 회장은 논란의 불씨을 차단하려고 아예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1948년 자신이 작명한 회사 ‘롯데’의 대표(1948년)를 맡은 지 67년, 일본에서 첫 사업(1945년)을 시작한 지 70년만의 퇴장이다. 롯데그룹 측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신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아들에 의해 강제 퇴진을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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