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ㆍ일 3국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가 눈물을 글썽였다. 평소 표현이 없던 전인지였다. 그가 어렵게 한마디 말을 남겼다. “아버지, 골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전인지는 26일 경기 여주의 블루헤런 골프장(파72ㆍ676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ㆍ우승상금 1억6000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박결(20ㆍNH투자증권), 조윤지(24ㆍ하이원리조트ㆍ이상 5언더파 211타)를 세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모처럼 활짝 게인 날씨는 플레이어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찜통더위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어렵게 했다. 매홀 체력과의 싸움이었고, 퍼트 거리감은 평소와 달랐다.
단독선두로 최종 3라운드를 맞은 전인지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정상을 굳게 지켰다. 이로써 전인지는 시즌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다승 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다. 특히 전인지는 한국과 미국, 일본 메이저 대회를 한 시즌에 전부 우승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ㆍ미ㆍ일 3국 메어지 대회를 한 시즌에 우승한 선수는 전인지가 처음이다.
첫 메이저 정상은 지난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살롱파스컵에서였다. 이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차례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는 전인지의 메인 후원사인 하이트진로가 주최하는 대회라는 점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인지는 함평골프고 2학년이던 지난 2011년 이 대회에 출전해 최종 라운드 15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다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트리는 실수를 범하며 우승컵을 놓치고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당시 이 대회를 참관하던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눈물을 흘리던 전인지에게 다가가 “앞날이 창창하지 않느냐”며 “프로에 데뷔하면 우리 팀에서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하이트진로는 전인지와 정식 후원계약하며 약속을 지켰다.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는 무엇보다 대회를 개최해준 스폰서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인지는 또 “많은 팬들이 응원해줘서 고맙다. 긴장도 많이 했는데 그 자체를 즐기려고 했다.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