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노후자금 관리의 첫걸음… 국민ㆍ퇴직ㆍ개인연금 합치면 상당액 투자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얼마일까?”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고민이다. 월급날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통장에 남은 잔고는 절로 한숨이 나오게 한다. 그나마 남은 돈을 꼬박꼬박 모아도 치솟는 전셋값에 보태고 나면 결국 노후 자금 마련은 기약없이 미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AIA그룹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나라 중산층의 무려 77%가 편안한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지 못할까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의 경우 자신의 노후자금이 꼬박꼬박 모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의 노후 자금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을까.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와 퇴직연금 등을 통해 노후자금이 매달 적립되고 있다.
먼저 근로자들은 매달 월급에서 4.5%를 떼내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한다. 여기에 회사는 근로자가 납부한 금액만큼을 보탠다. 이렇게 회사와 근로자가 낸 돈을 합치면 연간소득의 9%를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있는 셈이다. 연간소득의 9퍼센트면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이다.
또한 근로자들은 퇴직급여로도 매년 한달치 월급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정퇴직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기업은 1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1년 근속할 때마다 최소 1달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퇴직금을 회사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근로자들 가운데서는 세액공제를 받을 요량으로 ‘연금저축’에 가입한 사람도 많다. 근로자는 연금저축에 저축한 금액에 대해 연말정산 때 최대 400만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의 월평균 급여가 317만4000원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만 채워 저축해도 웬만한 직장인이 한 달치 월급을 저축하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연금계좌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 또는 IRP) 추가납입 금액에 대해 연간 4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최대 7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연금저축 적립금에 대해서는 최대 400만원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추가로 늘어난 300만원은 퇴직연금에 납입해야 공제혜택을 주어진다.
이처럼 직장인들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합치면 1년에 2달치 월급을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있다. 여기에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추가납입 금액을 보태면 1년에 서너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연금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꼬박꼬박 노후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불안해 하는 것은 왜일까?.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막연한 불안감의 원인이 자신이 가입한 연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김 이사는 “직장인들이 어떤 연금에 가입하고 있는지, 적립금은 얼마나 되는지, 연금은 언제부터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몰라서 노후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이라며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는 노후대비 저축금액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입한 연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자신의 노후 준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각종 개인연금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내 연금 알아보기’를 이용하면 보험료를 언제부터 얼마나 납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납부내역뿐만 아니라 연금수령 시기와 예상연금액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12일 오픈한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확인할 수 있다. ‘통합연금포털’ 홈페이지를 방문해 회원가입을 한 다음 연금정보 조회신청을 하면, 금융기관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도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금융기관에서 연금정보를 집적하는 데 3일 정도가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