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지금껏 투자자에게 제시한 것이라면 사업적으로 투자에 대한 기대이익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인간적인 측면에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투자자의 리스크를 두어 가지 언급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투자의 장단점을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던 내게 컨설팅 업체 대표의 ‘상대방의 엑시트 플랜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비즈니스를 넘어서 나 자신의 인생까지 되돌아보게 했다.
사업의 엑시트 플랜을 준비한다는 것. 어찌 보면 배수의 진을 치고(背水陣), 파부침선(破釜沈船)의 각오로 싸워도 성공 확률이 희박한 것이 비즈니스 정설인데 애초부터 잘못됐을 때를 가정해 탈출방법(exit plan)을 모색해둔다는 것이 사업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일까? 한참을 생각에 잠기다가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의 ‘인생에 대한 엑시트 플랜(exit plan)’으로 의미를 확장하고 답을 찾아보니 그 필요성은 명확했다.
두 아이와 아내를 위해 어떤 모습으로 헤어지는 것이 최선일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갑자기 너무나 구체적인 행동 방법들이 수십 가지 형태로 떠오르고, 그 방법과 시기까지 하나 둘씩 연결시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인가의 결말을 준비해둔다는 것.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보고 그 탈출 방법을 슬프지만 찾아두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책임을 더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제서야 컨설팅 업체의 대표가 질문한 엑시트 플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 인생의 엑시트 플랜은 무엇입니까?” 그 해답을 찾는 생각만으로도 오히려 더욱 파이팅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하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사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나는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엑시트 플랜’을 떠올리곤 한다. 사업을 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고, 탈출방법까지 미리 찾아두어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너무 슬프게만 다가왔지만, 이제는 상대 투자자는 물론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맨 처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엑시트 플랜을 세우고 구체적인 행동 방법들까지 떠올렸을 때와 달리, 이제는 브랜드 인큐베이터로서 상대 투자자를 위한 엑시트 플랜을 세우고 제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진 것이다.
이런 내 모습에 상대 투자자 또한 무한한 신뢰를 보낼 때면 나는 엑시트 플랜에 대해 처음 질문을 던졌던 모 컨설팅 업체 대표에게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들곤 한다.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나에게 일깨워주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 그에게 언젠가는 꼭 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내 비즈니스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반대로 상대 투자자에게 있어서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제시하는 사업 방향과 엑시트 플랜이 그들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되는 만큼 나는 브랜드 인큐베이터로서의 내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자 오늘도 파이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