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용산, 구로, 홍합, 성수, 그리고 강남

입력 2015-07-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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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메카가 필요하다. 드론, 웨어러블, 가상현실 기기, 3D프린터 등 새로운 하드웨어 산업은 열린 생태계라는 환경하에서 성장하고, 대기업 중심의 수직 계열화된 기존 제조업 생태계에서는 고사하게 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메카로 등장한 중국의 선전을 살펴보자.

선전에는 화창베이에만 용산의 40배인 15만 개의 상점이 포진해 있다. 아이디어에서 제품까지 3개월 만에 완성하는 초스피드 개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8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대규모 공장과 소규모 공장형 기업이 실리콘밸리의 창조적 벤처와 협력해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다. 당연히 전 세계가 선전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핵셀러레이터(HAXLR8R)’와 ‘하이웨이1(Highway1)’ 등이 하드웨어 창업에 특화된 촉진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선전 일대에 제2의 샤오미를 꿈꾸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1000개가 넘는다.

한국은 어떠한가? 용산에서 드론과 트래커를 얘기하면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용산 상가는 신기술 경쟁이 아니라 표준화된 제품으로 피 튀기는 레드오션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표준화된 제품 거래는 더 이상 용산의 몫이 아니다. 용산 상가의 임대료마저 시내라는 이유로 고공행진이다. 결과적으로 용산에는 불 꺼진 상점들이 즐비하다. N15라는 한국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용산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나 전망이 밝지는 않다.

용산에 구로를 합쳐도 선전 규모의 1% 수준이다. 인프라는 더욱 취약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규모의 경제 △혁신성의 문제로 집약된다. 이 중에서 규모의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우나, 혁신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도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강남의 액트너랩, 용산의 N15, 성수의 매직에코, 홍합(홍대·합정)의 앱포스터 등이다. 한국의 대안은 이들을 연결해 선전과는 다른 하드웨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추는 차별화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창조성의 발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창조성은 한국의 강점인 한류와 게임, 그리고 놀이 문화가 가세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모아서 용구홍성강(용산, 구로, 홍합, 성수, 강남)이라는 한국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획해 보자.

창조성은 △경험 △생각하는 방식 △조직 문화의 연결 함수라는 것이 애머바일(Amabile) 교수의 주장이다. 창조성을 가로막는 대기업 중심의 닫힌 문화는 이제 척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과 도구가 이 사회에는 부족하다. 학교에서 경쟁보다 협력을 가르쳐야 한다. 기업 간 경쟁보다 협력이 유리하게 국가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 핵심이 바로 주식옵션이다. 기업 간에 주식옵션으로 거래가 가능하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해질 것이다. 방을 구하려면 직방 혹은 다방이라는 소개 플랫폼을 찾듯, 개방 협력을 위한 연결 플랫폼이 필요하다. 개방 협력의 문화와 제도가 최우선 관건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선전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용구홍성강을 연결해야 한다. 용산의 부품, 구로의 벤처, 홍합의 문화, 성수의 전통제조, 강남의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 SWSX와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 축제가 필요하다. 메이커스 페어가 그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메이커 운동은 너무나도 취약하다. 미국의 0.01%도 안 된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은 교육 과정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용산이 우선 살아날 수 있다. 여기에 홍합과 강남의 한류가 더해지면 글로벌 경쟁력이 생겨날 것이다. 강남의 플랫폼은 물론 가세되어야 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을 용산에 자리 잡게 해보자. 우선 공간 확보가 되어야 한다. 용산은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공공 부지를 공간으로 대체하고 이를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용구홍성강을 세계적 메카로 육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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