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이 지난 1년간 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기업이나 대우조선해양처럼 한 번 터지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점점 꺼리는 것이다.
19일 각 은행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농협 등 6대 은행의 대기업 여신은 95조7428억원(6월말 기준)으로, 1년 전인 작년 6월(104조6784억원)보다 8조9356억원 줄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6조7974억원에서 13조1502억원으로 21.7%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하나와 통합을 앞둔 외환은행도 17조8683억원에서 14조6753억원으로 17.9% 줄었다.
신한은행도 19조3479억원에서 18조1325억원으로 6.3%(1조2154억원) 줄었으며 농협은행(8.0%), 우리은행(0.6%)도 각각 감소했다.
주요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만 유일하게 16조9027억원에서 17조2602억원으로 2.1%(3575억원) 늘었다.
은행들이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이유는 중소기업에 견줘 대출이자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한 번 부실이 발생하면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신용등급 1~3등급에 달하고, 중소기업은 4~6등급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대출이자 이율이 중소기업보다 낮은 편이다.
반면 충당금에 대한 위험은 크다.
하나은행은 작년 대손충당금으로 8886억원을 쌓았으며 그 가운데 대기업 부실로 인한 충당금이 39.7%(3천529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도 충당금 2조7790억원 중 대기업 비중이 39.8%(1조1천84억원)나 됐다.
외환은행은 4천497억원 가운데 대기업 비중이 38.0%이며 1조777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던 농협은행은 이 중 23.9%를 대기업 때문에 적립했다.
신한은행과 지난해 회장과 행장 간 마찰로 내홍을 겪은 국민은행은 충당금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게다가 기업환경 악화로 연체율도 중소기업과 비교해 크게 낮지도 않다.
1분기를 기준으로 이들 은행의 연체율은 0.18~0.84% 수준으로, 1% 안팎인 중소기업과 견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남기업 부실 등으로 충당금을 많이 적립한 신한은행은 오히려 대기업 연체율이 0.84%나 돼 중소기업(0.72%)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쉽게 말해 신용등급 4~6등급에 속한 이들보다 신용등급 1~3등급에 속한 이들에게 돈을 더 많이 떼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문제가 속출하자 은행들은 대기업여신을 줄이고 중소기업이나 가계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6대 은행의 중소기업 여신은 작년 6월 241조7천751억원에서 올해 6월 262조8233억원으로 1년간 8.7% 늘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279조4145억원에서 304조5434억원으로 9.0%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은 마진율도 낮고, 담보도 잘 안해주는데다 리스크가 커서 요즘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가계대출에 좀 더 신경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